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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몰랐다” 소중한 내 퇴직금 넣어뒀는데…어디에 쓰는거야?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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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퇴직금 넣어뒀는데…어디 쓰는지 몰랐네”

안정적인 노후 대비를 위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기보다 연금으로 나눠 받는 추세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아직 20% 후반대에 머물지만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겠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렇게 모인 돈, 결코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규모는 약 382조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규모의 3분의 1 수준이다.

기후환경단체들도 최근 퇴직연금에 주목하고 있다. 석탄을 등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을 떠받치는 자금의 흐름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연합]

국내 비영리 기후단체 플랜 1.5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지난 10일 발간한 ‘기후퇴직연금’ 보고서를 통해 “대중교통을 타거나 에너지 줄이기, 채식하기 등의 실천보다 퇴직금이 온실가스 배출에 투자되지 못하도록 막는 게 21배 더 강력한 기후대응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퇴직연금운동이란 금융사들이 퇴직금 투자처를 공개하고,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캠페인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니라 개인이 할 수 있는 기후운동 중 강력한 방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퇴직금과 온실가스 배출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금융배출량’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금융배출량이란 금융사가 대출이나 투자, 보험인수 등 방식으로 금융을 제공한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 중 금융 지원에 따른 기여분을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큰 돈이 필요한 석탄발전소를 짓거나 유전을 개발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금융사에게도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묻겠다는 이야기다.

인천 서구 아라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짙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는 실제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제품을 생산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직접배출·스코프1)는 물론, 사용하는 에너지(간접배출·스코프2)와 협력업체와 물류, 제품 사용과 폐기 등 전 과정(기타 간접배출·스코프3)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과 공시 대상이다.

금융업의 경우 어떤 투자처를 선택하느냐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좌우한다.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99.7%(1억7500만t)이 금융배출량에 해당한다. 이들은 모두 금융배출량을 산출했고, 장기감축목표도 선언했으나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에 큰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면서도 개개인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비교적 쉬운 퇴직연금부터 금융배출량을 줄여가자는 주장이다.

플랜 1.5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후 보장을 위해 투자한 퇴직연금 상품의 운용에 대한 권리를 보유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형 연기금보다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외환 스와프 등 영향으로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가운데 지난 5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

해외에서는 기후퇴직연금운동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영국에서 2020년 시작된 ‘내 돈을 의미 있게 (make my money matter)’ 캠페인은 영국 내 퇴직연금 중 2140조원(1조3000억 파운드·2022년 말 기준)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0% 이상 감축 목표를 채택하도록 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1000명이 넘는 구글 직원들이 자신들의 퇴직연금(401K)을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말라고 사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 워털루대 연구진에 따르면 구글 직원들의 급여 중 5~10%를 떼 만든 퇴직연금에서 20억 달러 이상이 화석연료에 투자돼 있다.

국내 비영리 기후단체 플랜 1.5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지난 10일 발간한 ‘기후퇴직연금’ 보고서

문제는 국내에서 퇴직연금의 투자처를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플랜 1.5가 퇴직연금 관련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43개 사업자 중 32개 사업자가 기후금융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설정 금액은 전체 투자 규모 5조77635억원의 1.8% 정도로 미미한 상황이다.

이에 플랜1.5와 사무금융노조는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사에 기후리스크 관리 현황과 투자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수연 플랜1.5 활동가는 “시중에 나와 있는 퇴직연금 상품 중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이 되는 상품이 없다”며 “금융사들은 기후리스크 관리 현황을 공개하고 관련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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