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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진짜 팔리나”, “직원 노력 무시한 판결” SK 연일 와글와글 [난 누구, 여긴 어디]
올 초부터 SK 계열사 매각설 솔솔…리밸런싱 영향
‘역대급 재산분할’ 최태원 이혼소송 2심 ‘기름에 불’
SK실트론·SKIET 등 1.4조 현금 동원 수단으로 거론
직원들은 심기 불편 “분위기 뒤숭숭…회사 위상 훼손”
‘정경유착’ 판결에 불쾌…익명 커뮤니티서도 도마 위
〈난 누구, 여긴 어디〉

일하는 곳은 달라도 누구나 겪어봤고 들어봤던 당신과 동료들의 이야기. 현재를 살아가는 기업인,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다룹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SK 서린사옥 [SK 제공]

[헤럴드경제=정윤희·한영대 기자] “그래서 그 회사는 진짜 팔리는거야?”

SK에너지에서 근무 중인 30대 A씨가 최근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언론을 통해 SK 계열사들이 매각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그럴 때마다 A씨는 “같은 (SK) 식구인건 맞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가 아니라 모른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그는 “입사 5년 차인데 이렇게 SK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 건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SK에서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단행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CEO) 교체부터 고강도 사업구조 재편 ‘리밸런싱’ 작업, 지난달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 판결까지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이슈지만 공통적으로 SK그룹 전체의 사업 구조와도 연관돼 있어 사람들로부터 더욱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연초 SK온 투자자금 확보 이슈가 부각됐을 때는 SK온·SK엔무브 합병설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설이 등장했습니다. 이혼소송 2심 판결 이후에는 반도체 웨이퍼 사업을 하는 SK실트론 지분 매각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만약, 최악의 경우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V 리더스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있다. [SK 제공]

문제는 지배구조입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의 대부분이 주식인 만큼, 일정 수준의 지분 정리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SK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지 않은 터라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최 회장의 ‘현금 마련 방안’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계와 증권가에서 최 회장이 지분 매각 카드를 꺼내든다면 SK 지배구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SK실트론의 지분을 팔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SK실트론 매각 외에도 시나리오는 다양합니다. 주가를 높여 추가로 주식담보대출을 받거나 배당 강화에 나설 것부터, 한동안 잠잠했던 SK온·SK엔무브 합병설과 SKIET 매각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다수의 다른 계열사들도 지분 매각 예상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SK는 “다양한 방면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게 없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SK를 둘러싼 각종 소문이 끊이지 않자 계열사들의 분위기는 조심스럽습니다. 특히나, 예상 리스트에 한 번이라도 이름을 올렸던 기업은 더 그렇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성과를 내서 이를 알리기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매각을 위한 몸값 띄우기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매각 후보군으로 등장했던 회사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항소심 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하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연합]

그룹 상황이 이러니 자연스레 SK 직원들의 우려도 높아졌습니다. SK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B씨는 “판결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당장은 일반 직원들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사내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자금 동원 수단으로 거론되는 멤버사의 경우 더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SK 계열사에 근무하는 C씨 역시 “매일 어디 어디가 팔릴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니 대놓고 말은 못해도 직원들 사이에서는 술렁이는 분위기는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2심 재판부가 “SK그룹 성장 배경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 지원이 있었다”고 판단한 데 대한 직원들의 불쾌감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임직원 노력으로 이룬 성과가 깡그리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죠.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직원들끼리도 ‘정경유착’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B씨는 “이혼소송 2심 판결이 나온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블라인드 사내 게시판 등에서는 관련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일련의 사태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또다른 SK 계열사 D씨는 “사업 구조 개편은 결국 회사 고위층들이 결정하는 문제”라며 “반도체 시장이 올해 살아나고 있는 만큼 직원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6월 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SK 제공]

SK에 대한 각종 추측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SK는 28일부터 이틀에 걸쳐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진행합니다.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함께 SK그룹 최고경영진이 모여 전략을 논의하는 핵심 연례행사입니다.

올해 경영전략회의에서는 그룹 고유 경영철학인 ‘SKMS(SK 매니지먼트 시스템)’ 내실화가 화두인 가운데 사업 재편 작업인 이른바 ‘리밸런싱’에 대한 방향성도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SK온과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에너지 자회사에 대한 재조정 작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업 구조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나온다면 SK를 둘러싼 각종 소문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긴급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서 “엄혹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해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영전략회의를 기점으로 SK가 다시 한 번 분위기를 다잡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낼지 주목됩니다.

yuni@heraldcorp.com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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