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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이좋고 매부좋은 ‘수익배분형’ 신약개발 전략
초기임상 후 기술이전 계약금·로열티 등 받아
계약 통해 각자 권리확보 후 코마케팅 추진도
신약개발 때 고비용·고위험 분담·수익도 챙겨
한 제약회사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연구개발 작업을 하고 있다. [헤럴드DB]

주지하다시피 신약개발은 장기전이다. 물질 수립부터 시작하면 더 긴 시간과 비용이 든다. 물론 성공 땐 과실도 크긴 하다. 그럴수록 제약기업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는 크다.

한데 이를 분담해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영리한 전략이 눈길을 끈다. 이른바 ‘수익배분형 개발’ 방식이다. 이는 기초물질을 사들여(연구 없이) 상품화만 하고 과실도 독식하는 기존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전략과도 구분된다.

수익배분형 개발은 전임상, 임상 1상을 거쳐 안전성을 확보한 후보물질이 주로 거래 대상. 다른 기업에 기술을 판매(라이선스 아웃), 계약금과 기술료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기술을 사들인(라이선스 인) 제약사는 신약의 탐색과 개발에 드는 시간을 줄이며, 계약에 따른 지역별 판권을 얻게 된다.

계약 기업간 공생적 관계를 형성하는 셈인데, 지금처럼 투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시기에 더욱 돋보인다.

유한양행이 2021년 제31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은 ‘렉라자’(레이저티닙 성분)의 원 개발사는 오스코텍이다. 2015년 전임상 단계에서 레이저티닙 기술을 유한에 넘기면서 계약금을 받았다.

유한은 임상 1상을 끝낸 뒤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에 다시 기술이전을 하고 계약금, 마일스톤 등을 받았다. 오는 8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허가가 예상되며, 이후 판매액에 따른 수수료를 매년 얀센에서 받게 된다.

이 수익은 유한과 오스코텍이 6대 4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오스코텍은 렉라자의 국내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유한에서 매년 일정 비율로 수령하게 된다.

일동제약도 최근 수익배분형 신약개발 관련 계약을 했다. 일동은 항암제, 소화기계 치료제 등 부문별 신약개발 자회사를 3곳 두고 있다. 매출이 없는 데도 개발비용 지출은 계속되고 있어 기술이전을 통한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일동 자회사 유노비아는 대원제약과 소화성 궤양용제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계약을 했다. 유노비아는 임상 1상을 마치고 2상 계획을 제출한 P-CAB 신약후보물질 ‘ID120040002’에 대한 계약금 등을 받고 대원에 기술이전을 한다. 대원은 이 물질에 대해 후기임상 개발을 한 뒤 허가 및 제조·판매 등을 포함한 국내 사업권 일체를 보유하게 된다.

양사는 후기임상 데이터도 공유하게 돼 이후엔 코마케팅(co-marketing)도 가능하다. 다만, 기술 판매자는 위험을 줄인 만큼 수익도 줄어든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유노비아는 기술판매에 따른 계약금과 함께 상업화 시 일정 비율의 수수료도 받는다. 향후 대원이 개발한 데이터를 이용해 동일 성분의 이종상표 의약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는 권리도 갖는다.

이재준 유노비아 대표는 “이번 공동개발 계약과 투자유치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다수의 유망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이런 방식의 R&D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밖에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앤텍도 유사한 수익배분형 R&D전략으로 분류된다. 화이자에 기술이전을 한 뒤 양사는 백신을 공동 개발, 코로나 기간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바이오앤텍은 10년 넘게 m-RNA 기술개발에 집중해 후보물질을 발굴해냈다. 이후 막대한 돈이 드는 임상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화이자와 손을 잡았던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수익배분형 R&D에서 기술을 판매한 회사는 개발비용을 보전받고 제품 판매수수료도 챙길 수 있다. 기술을 사들인 회사는 신약개발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을 얻고, 부족한 제품군을 확대하는 효과를 누린다”며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란 리스크를 줄이는 영리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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