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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빈도 사랑한 도넛, 서양 간식은 어떻게 ‘K-디저트’가 됐을까 [도넛전국시대]
1994년 던킨도너츠 한국사업 본격화
2004년엔 ‘크리스피크림도넛’도 참전

이후 노티드·올드페리 등 K-도넛 탄생
랜디스·팀홀튼 등 세계 도넛들 국내로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도나쓰, 도나츠, 도넛…. 도넛을 일컫는 단어는 이토록 다양하다. 고향을 떠나온 네덜란드 청교도의 음식이자,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의 특식이었던 서양의 간식은 이제 한국식으로 진화해 본고장 미국까지 진출하는 ‘K-디저트’가 됐다.

헤럴드경제는 국내 최대 도넛 프랜차이즈인 던킨도너츠의 한국 진출 30년을 맞아 한국인과 함께한 도넛의 역사를 짚어봤다.

도넛은 밀가루에 설탕, 버터, 계란 등을 섞어 기름에 튀긴 ‘구멍’ 난 과자다. 일본어 발음으로는 도나츠지만 정확한 외국어 표기는 도넛이다. 기원은 미국에 이민 온 네덜란드 청교도들이 돼지기름에 튀겼던 빵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네덜란드어로 ‘올리코엑(olykoek·기름 케이크)’으로 불렸던 원조 도넛은 중심부에 견과류가 들어가 구멍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가운데를 더 잘 익히기 위해 구멍을 뚫었다고 전해진다.

1998년 문을 연 던킨도너츠 역삼점. [던킨 제공]
오뚜기 도나스 가루 [오뚜기 제공]

한국에는 ‘한국식 도넛’이라 불리는 꽈배기가 있었다. 1970~80년대를 한국 도넛의 태동기라 불린다. 꽈배기를 만들던 찹쌀가루 대신 대기업들이 ‘도나스 가루’를 팔기 시작하면서다. 1971년 오뚜기는 도나스 믹스(가루)를 출시하고 이후 CJ제일제당, 대한제분이 도넛의 주재료가 되는 가루를 팔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 던킨도너츠가 한국의 한 중소기업과 기술제휴로 국내에 들어왔다가 제휴 중지로 철수하게 된다. 던킨도너츠가 다시 한국에 들어온 건 1994년이다. SPC의 비알코리아가 사업 운영권을 맡아 1호점 역삼점을 열었다. SPC에 따르면 당시 국내에서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가 급성장하자,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를 같이 운영하던 미국의 얼라이드 도맥(Allied Domecg)이 허영인 SPC 회장에게 던킨도너츠를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던킨도너츠의 당시 현지화 전략이었던 셀프 진열대. [던킨 제공]
1998년 문을 연 던킨도너츠 명동점. [던킨 제공]

던킨도너츠 가맹점이 늘면서 전국에 도넛 전문점이 자리를 잡는 시기, 창업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1998년 외환위기(IMF)다. 당시 많은 직장인이 구조조정을 당해 명예퇴직을 했다. 같은 해 12월 문을 연 명동점의 성공을 지켜보던 창업희망자들은 도넛이 ‘해 볼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 던킨도너츠 매장은 IMF 당시 해마다 70~80개가 늘었다. 약 2년 후인 2000년 말, 전국 매장 수는 200개를 돌파했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던킨도너츠의 국내 매장 수는 700여 개에 달한다. 이렇게 던킨도너츠는 미국에 이어 한국이 세계 2위 시장이 됐다.

한국의 던킨도너츠 매장은 미국과는 달리 도넛 진열대를 계산대 밖으로 내놓는 ‘역발상’을 했다. 한국의 현지화 전략이었다. 2019년부터는 도넛 외 음료 등 다양한 제품을 판다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도너츠를 뺀 ‘던킨’으로 사명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의 국내 1호점인 신촌점 개장 당시 신동빈(오른쪽) 롯데 부회장이 밝게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YTN 뉴스 캡처]

이후 한국인의 도넛 사랑은 2004년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는다. 미국의 유명 브랜드였던 크리스피크림도넛이 아시아 최초로 서울 신촌에 들어왔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의 국내 진출 일화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신동빈 롯데 회장(당시 부회장)의 이야기다. 신 회장은 유학 시절 도넛을 즐겨 먹은 기억을 바탕으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1호점 개점식에 참석한 신 회장의 밝은 표정은 지금도 회자될 만큼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6년 10호점인 명동점 개점 때도 신 부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크리스피크림 도넛의 다릴 브루스터 사장과 대표 메뉴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를 시식하기도 했다.

2005년 크리스피크림도넛 신촌점에서 시민들이 도넛을 시식하고 있다. [롯데 제공]

던킨도너츠가 진열대로 유명하다면,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제조 과정을 보여주는 팩토리숍 인테리어와 무료 샘플 도넛 행사인 ‘핫 나우(HOT NOW)’로 입소문을 탔다. 이 서비스는 ‘핫나우’라는 네온사인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갓 만든 오리지널글레이즈드 도넛을 고객과 나누는 것이었다. 신촌점에서 시작된 핫나우는 전국 11개 매장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의 전성기 중 하나는 코로나19 시기였다. 2019년 처음 시작한 배달서비스 덕분에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돌풍에 힘입어 크리스피크림도넛의 국내 매장은 지난해 기준 127개로 급증했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은 2020년 여의도점을 시작으로 영업 종료 후에도 도넛을 살 수 있는 ‘도넛 자판기’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 노티드의 도넛들. [카페 노티드 공식 SNS 캡처]

한국 도넛 시장의 양대 산맥인 던킨도너츠와 크리스피크림도넛이 성장하는 사이, 2007년 미스티도넛도 1호점(명동점)을 열며 국내 진출을 본격화한다. 이후 2010년대 트렌드가 이른바 ‘K-도넛인’ 올드페리도넛(2016년), 카페노티드(2017년) 등이 개점한다. 해외에서 들어와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도넛은 이때부터 다채로운 종류와 콘셉트로 무장한 ‘K-디저트’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경리단길과 도산공원 등 특정 지역에서 출발한 이 도넛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백화점, 몰 등으로 영토를 넓혔다.

간편함과 달콤함은 한국인의 도넛 사랑을 설명하는 특징이다. 10만개에 이르는 수많은 커피 전문점의 존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던킨도너츠는 2009년 충북 음성에 자체 원두 로스팅 공장까지 열었다. 미국 외 던킨브랜드의 유일한 해외 로스팅 센터다. 던킨도너츠뿐만 아니라 수많은 도넛 전문점이 커피 등 음료와 도넛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랜디스도넛 브랜드. 랜디스도넛은 2019년 제주애월에 1호점을 오픈하며 한국에 진출했다. [영화 '아이언맨' 캡처]
미국에 진출한 한국 도넛 브랜드 올드페리도넛. 3월에는 캘리포니아 산가브리엘에 4번째 지점을 냈다. [올드페리도넛 페이스북 캡처]

특히 한국에서 만든 올드페리도넛은 도넛의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이례적인 역사를 썼다. ‘미니도넛’으로 2016년 경리단길에서 시작한 올드페리도넛은 2022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1호점을 열었다. 6월 기준 현재 미국에서 5개 매장을 열고 ‘K-도넛’을 알리고 있다. 카페노티드 역시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도넛 브랜드도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2019년 제주에 1호점을 낸 랜디스도넛에 이어 캐나다의 대표 도넛 전문점인 팀 홀튼이 지난해 한국에 상륙해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인의 사랑을 쟁취하기 하기 위한 해외 도넛 브랜드의 경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며 “브랜드의 성격과 개성 넘치는 맛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도넛의 해외 진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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