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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증원 ‘3전4기’ 끝에 성공했다…이제는 의료 개혁
1998년 이후 27년만의 증원
MB·문 정부 때도 번번이 증원 무산
의사들 반발 무릅쓴 의대 증원 확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를 촉구하며 연 ‘대법원 탄원서 접수 및 기자회견’에서 배장환 충북대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하지만 대교협은 이날 의대 증원을 그대로 확정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1998년 이후 첫 증원이자, 2000년 의약분업 여파로 2006년 이래 19년간 동결됐던 정원의 첫 변화다.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의과대학 증원이 반영된 각 대학의 2025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2010년대에 와서 급속한 고령화가 체감되며 ‘의사 부족론’이 대두했지만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정부의 증원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끝내 의료계의 합의를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자체로 의미있는 결실로 평가된다. 정부는 진통 끝에 확정한 증원을 토대로 전반적인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의약분업 때 의료계는 정원 70% 수준으로 감축 요구했었다=의대 정원이 늘어난 건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제주의대 신설로 의대 정원은 3300명까지 늘었다. 정원외, 편입학을 모두 합치면 3507명이었다.

1990년대 연이은 의대 신설로 의대 정원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증원 기조도 끝이 났다. 의약분업으로 병·의원의 약 처방이 불가능해지며 의료계가 수입에 타격을 입자, 정부가 의대 정원 축소를 협상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의사들에 수가 인상 등과 함께 ‘2002년까지 의대 정원 10% 감축 후 동결’을 제안했다.

의료계는 의대교육 부실 등을 이유로 ‘정원의 70% 수준으로 감축’까지 요구했지만, 양측은 줄다리기 끝에 10%를 우선 감축하고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인력과 의료교육 정상화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의대 정원은 2003년 3253명, 2005년 3097명, 2006년 3058명까지 줄었다. 정원 외까지 합치면 의약분업으로 인해 총 350명가량 줄었다. 현재 정원은 2006년 이후 19년간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늘 정부를 이겨온 의사들, 이번에도 끝까지 반대=2010년대 들어 급속한 고령화로 의사 수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역대 정권은 여러 번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가 제출한 의사인력 보고서 등을 근거로 의대 증원 논의와 공론화에 나섰다. 하지만 의료계는 ‘단순히 숫자만 늘리자고 하는 것은 미봉책’이라는 주장을 강경하게 고수했다. 결국 정부는 의료계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증원은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 2018년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내놓았고, 2023년 개교를 목표로 보건복지부에서 종합대책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공청회 등에 참여해 강하게 제동을 걸자 공공의대법은 국회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법안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보건인력 확충 필요성을 느낀 정부가 ‘400명 의대 증원’ 제안과 함께 다시 내놓았다. 여당과 정부는 공공의대 신설과 함께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총 4000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내밀었다. 그러나 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들어갔고, 결국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원점에서 증원을 재논의하자”는 데 합의해야 했다.

이처럼 역대 정권이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지 못한 것은 의사단체가 번번이 들고나오는 ‘파업 카드’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이런 집단 파업 때문에 큰 부담을 안은 역대 정부 결국 매번 ‘백기’를 들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당시에는 의료계 다수가 동참한 대규모 장기 파업 '의료대란', 2020년 코로나 대유행 당시 증원 시도 때의 의대생들이 수업과 실습을 거부했고, 전공의까지 파업에 가세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차제에 강력한 ‘의료개혁’=이번 증원 과정에서도 끝내 의료계를 설득해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고,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 또한 피할 수 없었다. 역대 정권의 실패를 딛고 내년도 의대 증원을 확정한 것은 하나의 결실이라는 평가도 있다.

의료계에서 “증원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의사들 간 충분한 소통과 논의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다음 과제는 진통 끝에 확정한 증원을 토대로 전반적인 ‘의료개혁’을 성공시키는 것이 될 전망이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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