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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단원도 ‘김호중 사태’ 알고 있어…이젠 놀랍지도 않다”
난데없이 지뢰밭 만난 슈퍼클래식
해외 단원들도 ‘음주 뺑소니’ 사태 인지
사건ㆍ사고 출연자 대처 안전장치 필요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가수 김호중의 공연이 열리는 23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 앞에 김 씨의 팬 등 관람객들이 예매표 수령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처음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 너무 놀랐는데, 이젠 더이상 놀랍지도 않아요.”

세계 빅4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을 성사시킨 공연 주관사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김호중이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지난 9일 이후 이번 ‘슈퍼 클래식’ 공연은 난데없이 지뢰밭에 뛰어들게 됐다.

이 공연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이라는 타이틀로 세계 4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이색 공연이었다. 이들 악단의 단원들이 하나로 뭉치는 건 ‘슈퍼 클래식’이 세계 최초였다. 공연기획사 두미르와 KBS가 공동 주최, 주관하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의 국내 공연을 열어온 SBU가 함께 만든 클래식 음악계의 전례 없는 축제였다.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로는 빅4 악단인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미국 뉴욕 필하모닉,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단원들로 구성됐다. 여기에 KBS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이 함께 하기로 했다.

공연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이 공연은 ‘연합 오케스트라’ 공연의 취지에 걸맞게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인물과 협업을 추진했으나 티켓 판매가 여의치 않아 탄탄한 팬덤을 갖춘 김호중을 섭외하게 됐다. 한 관계자는 “클래식 음악가들 중에선 케이스포 돔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없고, 대중가수이면서 클래식에 기반을 둔 팝페라 싱어로 볼 수 있는 김호중이 참여하게 됐다”며 “모두 클래식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공연을 해보고자 했던 것이 기획 방향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총 5회 공연을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은 19, 20, 25일 공연에선 존 윌리엄스 영화음악 콘서트로, 23~24일 공연은 김호중이 출연하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로 기획했다.

23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케이스포돔에서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 팬들. [사진=고승희 기자]

‘클래식의 확장’과 대중화에 방점을 두고 공연을 끌고 가자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왔다. 논란의 사태 이전 이 공연은 양일간의 공연에서 2만 석 전석을 일찌감치 팔아치웠다. 하지만 불과 두 달 사이 ‘음주운전 뺑소니’라는 날벼락을 맞으며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진 것이다.

공연 주최사인 KBS는 김호중이 교통사고를 내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찌감치 발을 뺐고, 연주를 함께 하기로 했던 KBS교향악단 단원 10명도 김호중과의 공연엔 불참했다.

김호중을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지난 19일 음주 사실을 시인하자, 취소 티켓도 늘기 시작했다. 다음 날인 20일 오후 6000여석의 취소 티켓이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호중은 지난 21일 티켓 취소 수수료 전액을 부담하기로 한 것은 물론 출연료를 포함한 개런티 일체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공연 강행 의지를 비춘 것은 김호중이 감당해야할 위약금 수준이 1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지난 22일엔 무대 세팅을 완료한 케이스포돔에서 ‘슈퍼 클래식’의 첫 리허설이 예정돼있었으나 김호중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케스트라는 주요 협연자인 김호중 없이 리허설을 진행한 상황이었다.

공연의 관계자는 “호텔에만 가면 TV에서 김호중 관련 뉴스가 나오다 보니 해외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김호중이라는 협연자가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냈다는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계약을 하고 한국 연주 여행을 온 상황이라 일에 집중해 공연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으로 단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김호중은 23일이 돼서야 현장에서 리허설을 갖고 무대에 섰다. 사건 사고의 주인공으로 물의를 빚은 데다, 공연을 강행하면서도 예정된 리허설조차 참여하지 않고 무대에 선 셈이다. 게다가 국내 최고 악단 중 하나인 KBS교향악단 단원들이 대거 빠지며 기획사 측은 부랴부랴 새로운 연주자를 물색, 충분한 준비 없이 공연을 진행한 상황이 됐다.

클래식 음악계 관계자는 “지금 퀸 콩쿠르 파이널도 한국인이 4명이나 올라가고 K-클래식으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해외 탑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내한한 상황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상황의 공연을 그대로 강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한국의 음악적 역량에 비해 문제의식과 도덕성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래식 공연의 경우 단원들이 개별 연습이후에 리허설까지 여러번 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리허설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가 티켓 가격에 걸맞는 완성도 높은 공연을 했을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이날의 공연은 김호중의 자숙 전 마지막 무대였다. 그는 양일 간의 공연을 마치면 자숙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24일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며 공연은 무산됐다.

주최사 관계자는 “이제는 자포자기 상태로 놀랄 일도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월드유니온 오케스트라를 설립하고 키우는 무대를 만든 것이니 김호중은 빠졌지만 공연은 예정대로 이어간다. 단지 연주를 잘 마무리하길 바랄 뿐이다. 김호중 사태는 상황을 두고 본 뒤 어떻게 할지 결정해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공연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협연자, 출연자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출연자의 귀책이 될 수 있는 사건 사고 등 예기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떤 처리가 필요한 지에 대한 논의는 물론 이러한 일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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