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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임위 첫 회의서 떠오른 새로운 화두 '최저임금법 5조 3항', 뭐길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법전에서 잠자고 있던 ‘최저임금법 5조 3항’이 최저임금위원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해당 법 조항은 노동시간 측정이 어려워 최저임금액을 적용하기 쉽지 않은 배달 라이더나 택배 기사, 웹툰 작가와 같은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방식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현실에선 해당 법조항은 통하지 않는다. 있으나마나 했던 해당 법조항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에 따라 되살아 난다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노동약자’ 보호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열린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연합]

22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6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2차 전원회의에선 최저임금법 5조 3항이 명시하고 있는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위원인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전날 열린 첫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법 5조 3항에 따른 논의를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고, 공익위원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최임위에서 최저임금법 5조 3항에 대해 논의하는 건 처음이다.

일각에선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경영계 주장에 대한 노동계의 ‘맞불’이란 해석도 나온다. 다만 특수고용 근로자 숫자가 250만명을 웃돌고, 새로 등장한 플랫폼 근로자가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논의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방식의 ‘도급제 근로자’는 현재 최저임금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최저임금법 5조 1항은 ‘최저임금액은 시간·일·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의 ‘근로시간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30년 동안 최저임금액은 ‘시급(시간급)’으로 결정해왔고, 2016년부턴 월급 환산액을 함께 고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년 최저임금 논의를 할 때마다 최저임금액을 시급으로 결정할지, 주·월급으로 결정할 지부터 논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금액 결정에 ‘근로시간’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현행 최저임금법은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도급제 근로자’라도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에서 거론된 최저임금법 5조 3항이 바로 그것이다. 최저임금법 5조 3항은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하여져 있는 경우로서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한 대통령령은 시행령 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근로시간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그 밖에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해당 근로자의 생산고(生産高) 또는 업적의 일정단위에 의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한다’고 써 있다. 해당 법조항은 최저임금법이 첫 시행된 1988년부터 존재했지만, 법을 시행한 지 35년 간 ‘있으나마나 한’ 법처럼 여겨졌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해당 조항을 가볍게 여겨온 탓이다.

실제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건영 의원실은 고용부에 ‘최저임금법 5조 3항에 따라 최저임금을 따로 정한 업종, 고용형태, 대상자 총원, 사업장 통계’ 등을 요구했지만, 고용부는 “도급제 등에 따른 최저임금액을 별도 고시한 바 없어 관련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다르다. 2007년 대법원은 철도역 구내매점을 운영하는 근로자는 정확한 근로시간을 산출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이에 따른 최저임금을 정한 뒤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지난 20일 청주 근로자이음센터를 찾아 미조직 근로자와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들을 언급하며 “일하는 사람 모두가 존중 받으며 건강하게 일하고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노동시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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