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독일은 위헌, 우리는?”…기후소송 마지막 공개변론 ‘옥신각신’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일인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청소년기후소송·시민기후소송·아기기후소송·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종진술자인 아기기후소송의 청구인 한제아 어린이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한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소송 마지막 공개 변론을 진행한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제기된 기후소송이 마지막 공개변론을 마쳤다. 헌법재판소는 양측 의견을 종합해 국회와 정부가 세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시행계획의 위헌성에 대해 결정 내릴 예정이다.

21일 헌법재판소는 오후 2시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현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소원 사건의 2차 공개변론을 열었다. 헌재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제기된 청소년기후소송·시민기후소송·아기기후소송·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4건을 병합해 심리 중이다. 지난달 23일 1차 공개변론에 이어 두번째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공개변론은 청구인측과 이해관계인(정부)측 참고인 2명의 진술, 청구인측 3명의 최종진술, 청구인측과 이해관계인측 대리인의 최종 변론 순서로 이어졌다. 오후 2시께 시작한 공개변론은 4시간을 꼬박 넘긴 오후 6시 40분께 종료됐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등의 위헌 확인 사건 2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1차 공개변론에서는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책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이 제기됐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 적절성, 감축 경로, 연도별 목표치 설정 및 미이행 시 제재 등이었다. 2차 공개변론에서는 한국에 앞서 관련 결정·판결을 내린 해외 사례에 대한 해석이 보다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독일 사례를 두고 참고인과 소송대리인들이 논쟁을 펼쳤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 2021년 4월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기후변화법이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을 것을 ‘미래 세대의 기본권 침해’로 판단했다. 같은해 독일 연방정부와 의회는 탄소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55%에서 65%로 강화하고, 2040년 40%까지 감축하는 내용을 신설한 연방기후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청구인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기존 계획대로 가면 조만간 탄소예산을 소진하게 돼 미래 세대들이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이 없다고 봤다”며 “이시적(異時的) 자유권 개념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이시적 자유권이란 ‘다른 시대 간의 자유권’라는 의미다. 현재 진행 중인 정책의 위헌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동시대 국민의 자유권뿐만 아니라, 미래 국민의 자유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독일 헌재는 미래 세대의 자유권 보장 측면에서 현행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 교수는 “현재 세대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 그만큼 미래 세대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잔여 탄소예산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면 미래 세대가 더욱 고통스러운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기 기후소송 대표인 한제아 양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등의 위헌 확인 사건 2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정부측 참고인으로 진술한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독일 헌재는 목표 수준에 대해 (위헌) 결정한 것이 아니다. 2030년 목표가 아니라 2031년 이후 목표가 없다는 점이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헌재가 심리 중인 대상은 ‘감축 목표’ 자체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독일 헌재의 위헌 논리를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유 사무총장은 또 “독일은 기후 선도국으로서 (우리가) 지향할 지점”이라면서도 “우리나라 탄소중립법은 2015년 파리협정의 취지에 맞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파리협정 규정에 따라 5년마다 감축 목표를 제출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최우선 과제는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학 정부 법무공단 변호사는 “(위헌 결정을 받은) 독일 연방기후법 4조 6항은 ‘2030년 이후 기간 동안 감축해야 하는 배출량은 2025년에 연방정부가 확정한다’는 조항밖에 없었다”며 “반면 한국의 탄소중립기본법은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한국 탄소중립법은 법률에 35% 이상 범위에서 정하되 전문성, 재량성, 특수성을 고려해 정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통해 행정청에 위임했다”며 “또 2030년 이후 5년마다 국가기본계획을 점검하도록 해 국가 비전을 명확히 설정했다. 이 정도 체계와 시스템을 갖춘 법률이 어느 선진국에 있는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구인측 대리인 이병주 변호사는 “전세계에서 ‘감축 목표’의 위헌성을 직접 심리한 소송은 독일과 한국이 유일하다. 독일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의 목표가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아시아의 선도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아시아 각국의 최고법원이 감축 목표를 강화할 것”이라며 헌재 결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