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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진, 美 ‘그로서리 벤처’ 키운다…이마트 시너지 부푼꿈
美 첫 투자법인 설립…“사업 시너지 벤처에 소규모 투자”
2018년 美 진출…56개 프리미엄 그로서리 마켓 운영중
이마트가 미국에서 운영 중인 브리스톨 팜즈 매장. [브리스톨 팜즈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국 내 그로서리(식료품) 사업 확장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지 식료품 생산부터 유통·소비에 이르는 그로서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마트는 최근 미국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PK 리테일 홀딩스(PK Retail Holdings)’ 산하에 투자 전문 법인 ‘퍼시픽 얼라이언스 벤처(Pacific Alliance Venture)’를 설립했다. 이마트가 해외에 설립한 투자 전문 법인은 ‘퍼시픽 얼라이언스 벤처’가 유일하다.

업계는 이마트가 미국 그로서리 유통 매장 또는 식음료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에 속한 업체를 중심으로 투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22년 정 회장 주도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 ‘Shafer Vineyards(쉐이퍼 빈야드)’를 인수한 바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PK리테일 홀딩스와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벤처기업에 소규모로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이라며 “다만 세부적인 투자 계획은 미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번 결정은 정 회장의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와 맞닿아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 활동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2024년에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 회장은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그룹의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그룹 경영전략실을 개편한 이후 주요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현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창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단행하거나, 신상필벌에 바탕을 둔 임원 인사를 수시로 진행하는 등 과감한 결단이 이어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이마트가 미국 유통시장에 발을 들인 건 2018년이다. PK 리테일 홀딩스를 같은 해 세우고, 미국 현지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굿푸드홀딩스(Good Food Holdings)’ 지분 100%를 인수했다. 굿푸드홀딩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등에 ‘브리스톨 팜즈(Bristol Farms)’, ‘뉴 시즌스 마켓(New Seasons Market)’ 등 5개 브랜드, 56개의 프리미엄 그로서리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미국 현지 상품과 관련해 각종 채소와 밀가루 등 원재료를 ‘US 푸드 서비스(US Food Service)’, ‘유나이티드 내추럴 푸드 웨스트(United Natural Foods West)’ 등 업체에서 공수한다. 음식 서비스 중심의 구성부터 와인 전문매장 특화, 유기농 건강·뷰티 제품을 강화하며 매장 차별화도 진행 중이다.

이마트가 미국 사업을 키우는 배경에는 그로서리 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미국 현지의 그로서리 마켓 전체 판매액은 2013년 말 5755억달러(약 738조원)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말 8848억달러로 53.7% 커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매출 규모와 비중을 늘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마트의 해외사업 매출액은 2019년 7718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2조원까지 확대됐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4.1%에서 지난해 6.9%, 올해 1분기 7.1%로 증가했다.

PK 리테일 홀딩스도 외형을 키우고 있다. 매출액은 2020년 1조6272억원, 2021년 1조6929억원, 2022년 1조9484억원, 지난해 1조9902억원으로 증가세다. 수익성 개선은 과제다. 2021년 PK 리테일 홀딩스는 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미국 진출 이후 첫 흑자를 달성했지만, 2022년 적자로 전환한 뒤 손실액이 128억원(2022년), 448억원(2023년)으로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그로서리 시장의 잠재력이 큰 만큼 이마트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수익성이 미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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