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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구 못하나” 반발에 …정부, 사흘만에 ‘KC인증 없으면 직구 금지’ 없던 일로
“과도한 소비자 선택권 제약” 반발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유모차 등 80개 품목에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직구(직접 구매) 금지를 추진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했다. 과도한 소비자 선택권 제약이라는 직구족들의 반발과 실효성 논란에 뒤로 물러선 것이다. ‘소비자의 안전성 확보’와 ‘국내 기업의 경쟁력 확보’라는 대의를 내세웠지만 ‘설익은 정책’으로 오히려 혼선만 부추긴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위해성이 없는 제품에 대한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정부는 해외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 차단하려고 계획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위해성이 확인된 특정 제품에 한해 직구를 차단하려 한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직구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 제시한 KC 인증에 대해서도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소비자는 지금과 같이 유모차, 완구, 피규어 등을 직구로 살 수 있고, 정부가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을 추후 공개하면 해당 제품만 직구가 금지된다. 위해성이 확인된 특정 제품에 한해 직구를 차단할 뿐, 그렇지 않은 품목은 원래대로 직구에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가령 해외직구 제품들을 대상으로 한 위해성 조사에서 A사의 B 제품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A사 B 제품은 위해성 문제로 직구를 금지한다’고 알리고 해당 제품의 직구만 차단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를 통해 어린이용품 34개 품목과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의 경우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의 당초 발표는 최근 해외직구가 급증하며 유해 제품 반입 증가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된 데 따라 나온 것이었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을 이용하는 한국 소비자가 늘고 해외 직구도 증가하면서 위험하거나 유해한 제품에 대한 게이트 키핑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관세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플랫폼에서 해외 직구로 살 수 있는 초저가 어린이 제품 38종에서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등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또 해외직구 물품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국내 유통업계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과 초저가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플랫폼 탓에 국내 소상공인과 제조사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부 대책 발표이후 개인 해외 직구 상품에 안전 인증을 의무화해서 사실상 해외직구를 차단한다는 해석을 낳으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너무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과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특히 유아차 등 유아 용품을 국외 직구로 사는 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배터리나 충전기 등 일상 전자제품도 금지 품목에 포함되면서 컴퓨터·전자기기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도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KC인증이 없는 제품에 대한 직구 원천 차단’ 정책을 발표했을 당시부터 실효성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주무 부처에서 어떻게 제재를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도 없었다. ‘원천 차단’을 위한 법률은 물론 해당 규제를 위한 지침과 시행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처음부터 규제 기준과 범위가 모호할 뿐 아니라 실효성이 적고 법적 뒷받침이 안 된 설익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는 정부가 설익은 대책을 내놨다가 한 발 물러나면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겼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위해성 물질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지금도 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위해성이 있는 제품을 구매한 후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직구를 금지한다는 것은 뒷북 조치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로 유해 제품의 유통을 차단하려는 노력은 모두가 공감한다”면서 “ 다만 특정 정책 추진 시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볼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 앞으로 구체적인 관련 방안 마련 시 국민 안전·보호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 모두 가능하도록 심층적으로 검토해야한다”면서 “정부의 정책은 종합적 검토를 통해 신중히 수립되고 시행돼야한다”고 조언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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