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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 살 뜯는 맛’은 도대체 뭐야?…무례도 재미로 포장되는 유튜브 세상
[유튜브 피식대학 캡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구독자 30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코미디 채널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 지역 비하 발언 논란 일주일 만에 끝내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이를 계기로 공격과 비하 등의 무례한 언행을 특유의 재미로 앞세우는 유튜브 영상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수백만 명이 시청하는 영상인 만큼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의 영상은 지난 11일 ‘메이드 인 경상도’ 시리즈 중 하나로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다. 피식대학 출연진들은 이 영상에서 한 마트에서 산 블루베리젤리를 먹으며 “할머니 맛.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제과점에서 햄버거 빵을 먹고는 “젊은 애들이 햄버거 먹고 싶은데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가 없어서) 이걸로 대신 먹는 것”이라고 발언하더니, 이어 한 백반식당에서는 “메뉴가 특색이 없다. 이것만 매일 먹으면 아까 그 햄버거가 꿀맛일 거야”라고 비꼬았다.

[유튜브 피식대학 캡처]

즉, 출연진들은 시종일관 경북 영양이 밋밋하고 재미없다는 표현을 과장했다. 이에 대해 피식대학 측은 영양의 소도시의 특성을 유튜브적 재미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나온 무리수라고 설명했다.

전날인 18일 밤 피식대학 측은 사과문을 통해 “한적한 지역이란 콘셉트를 강조해 촬영했고 콘텐츠적 재미를 가져오기 위해 무리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주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솔한 표현을 사용해 코미디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태로 여과 없이 전달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이 사용한 비교와 비유가 약자를 공격하고 우열을 가리는 방향으로 쓰였다는 데 있다.

피식대학 출연진들은 영양의 한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를 프랜차이즈 가게의 햄버거와 비교해 낮잡았다. 뒤이어 소개된 백반집의 한식을 두고는 동네 제과점의 햄버거보다 맛있다고 평가했다. 백반집의 한식은 프랜차이즈 햄버거보다 맛없는, 제과점 햄버거보다 맛없는 것으로 두 번이나 비하됐다.

젤리 맛을 표현할 때 등장한 ‘할머니 살’이라는 비유에는 출연진들이 입에 담지는 못했으나 젊은 여성의 살과의 비교가 들어있는 셈이다.

강남구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지난해 10월 12일 게시된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강남! 삐야기, 삐따기와 함께해요'라는 제목의 영상 [강남구 유튜브]

그동안 유튜브에서 종종 논란이 됐던 막말들도 피식대학 출연진들의 언행과 다르지 않다. 도시가 시골을, 한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고 낮잡아보는 발언들이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공식 유튜브 영상에서는 “너네 촌스럽게 건물들 좀 그만 쳐다봐. 완전 시골에서 온 사람들 같아 보이거든?"이라는 발언이 비판 받았다.

구독자수 990만명에 달하는 먹방 유튜버 쯔양도 올해 초 개그우먼 김지영과 함께 출연한 영상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켜 결국 사과했다. 해당 영상에서 개그우먼 김지영은 어눌한 어투로 필리핀에서 온 며느리를 연기했다.

먹방 유튜버 쯔양의 방송에 필리핀 여성 흉내를 내는 개그우먼이 출연했다. [쯔양 유튜브 캡처]

일각에선 ‘유튜브 방송일 뿐인데 유난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재미만을 추구하는 컨셉이니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의 유튜브 채널들은 구독자가 수백만 명에서 천만 명에 육박한다. 대중에 미치는 영향이 웬만한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에 못지 않은 셈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300만명의 구독자가 있다면 이 방송은 사인(私人) 간의 대화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라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사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심의위원회와 같은 기관을 통해 규제가 이뤄지지만 유튜브는 그렇지 않다”며 “건강한 웃음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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