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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릴수록 커지는 한동훈? 풀어야 할 과제 두 가지[이런정치]
총선 패배 한 달 지났는데…친윤계vs친한계 갈등은 지속
尹과 관계 설정 어떻게…“이미 건널 수 없는 강 건넜다”
‘당대표=정치 시험대’ 분석도…“중토사퇴 시 대권 길 막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안팎에서 ‘한동훈 당대표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정치 재개 시점을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부 인사들과 만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목격담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와 관계설정은 한 전 위원장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여전한 친윤vs친한 갈등

18일 여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전당대회 룰을 어떻게 바꿔도 한 전 위원장에게 유리하게 판이 흘러갈 것이다. 일반 국민 뿐 아니라 당원들 사이에서도 한 전 위원장 지지세가 엄청나지 않느냐”며 “총선에서는 졌지만 본인 정치 입지는 키운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의 존재감은 비판이 나올수록 커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7일 SNS에 정영환 전 공천관리위원장을 겨냥해 “공천을 엉망으로 해서 당 쇄신 부족으로 참패의 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뻔뻔하게 나와서 자화자찬이라니 참 어이가 없다”며 “앞으로 저렇게 정치도 모르고 선거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절대 공천 칼자루를 쥐어주면 안된다”고 적었다. 홍 시장은 “둘이서 짜고 선거를 망쳐놓고 무슨 낯으로 나와서 저런 말을 하냐”며 한 전 위원장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홍 시장은 지난 16일에는 “당대표 하나 맡겠다는 중진 없이 또다시 총선을 말아먹은 애한테 기대겠다는 당이 미래가 있느냐”며 한 전 위원장을 비난했다.

앞서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 전 위원장을 비롯한 공천관리위원들을 불러 총선 패배 원인을 논의했다. 하지만 정 전 위원장과 이철규, 이종성 의원만 참석해 ‘반쪽짜리 성찰’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공관위원은 “이미 짜인 판에 공관위원들이 참석하면 오해만 살 것 같아 참석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백서특위 활동이 한 전 위원장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철규 의원과 장동혁 의원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 의원은 ‘친윤’ 핵심으로, 장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 당시 사무총장직을 맡았다. 이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총선백서 작성과 관련해 여러 과도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중요한 자리에 많은 분이 함께 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을 묵도하며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SNS에 “당일 공수처장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어 부득이 참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공관위 단체대화방을 통해 전했다. 그럼에도 총선백서TF는 금일 면담을 진행했다”며 “(이 의원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을 묵도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안타깝자”고 반박했다. 장 의원은 오는 29일 특위와 별도 면담할 예정이다.

조정훈 국민의힘 총선백서TF 위원장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곽규택 총선백서TF 위원, 이철규 의원, 조정훈 총선백서TF 위원장, 정영환 전 공천관리위원장. [연합]
한동훈의 전당대회 출마, 오히려 독일까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통해 정치에 복귀할 경우 ‘용산과 관계 재정립’이 최우선이라 해석이 나온다. 비대위 시절 두 차례 빚어진 윤·한 갈등에서 한 전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숙이는’ 모습을 보였고 이종섭 사태·대파 발언 등 대통령실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에 대해 쓴소리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선자는 “한 전 위원장의 등장에도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진 이유는 한 전 위원장이 ‘본인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며 “당의 고질적 문제는 외면했고 본인 목소리만 높이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관계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본다.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이철규 의원과 정면으로 맞붙지 않았냐”며 “소수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에게는 당대표직이 곧 정치적 시험대라는 관측도 있다. 윤석열 정부를 가까이 하면 ‘쇄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고, 윤석열 정부와 척을 지기에는 당 주류 친윤계의 압박을 떨치기 어렵다는 이유다. 한 친윤계 의원은 “전당대회는 결국 세 대결이기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이 당선된다면 친윤계 의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싫어도 현재 국민의힘에 남은 당선인은 모두 친윤계라 어쩔 수 없다”며 “그럴 경우 당대표가 되게 만들어준 의원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김기현 전 대표도 그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대표가 장제원 의원의 도움을 받아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뒤 이철규, 박성민 의원 등을 지도부에 기용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친윤계라면 오히려 한 전 위원장이 이번에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가 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새로 뽑힐 당대표는 쉽지 않은 자리라 ‘정치 초보’인 한 전 위원장이 맡기엔 버거울텐데 이번에도 (당대표직에서) 중도사퇴하면 대권가도가 막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총선을 진두지휘한 인물로서 ‘참패 원인’ 책임론을 어떻게 떨칠지도 관건이다. 실제 당내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전면에 내세운 ‘이·조 심판론’이 주요한 패배 원인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 전략이 민주당에 비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당대표에 출마할)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한 전 위원장이 곧바로 전당대회를 통해 정계에 돌아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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