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서 사람들이 전기차를 보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하자 중국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즉각 항의했다. 중국은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호기롭게 외쳤지만 반격 카드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SCMP)는 미국의 중국 제품 관세 인상에 중국 정부가 반격에 나서겠지만 과잉생산 지적을 받는 중국의 일부 산업 분야가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천펀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이 곧 중국의 전기차 부문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고, 미국 측 고위급 인사들이 중국에 방문해 공급 과잉을 경고한 상황에서 이들은 이미 중국 신에너지 수출 차단에 대해 ‘동기화’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미국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태양전지, 반도체, 배터리, 알루미늄 제품 등의 관세도 25~50%로 올렸다. 천 연구원은 “관련 제품은 미국으로의 수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피해를 주기보다는 심리적 영향, 즉 (유럽이) 이를 따르도록 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씨티 리서치의 분석가들은 “(중국이) 잠재적인 보복에 대해 신중한 방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에서 운영 중인 미국 기업들을 타격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했다.
도널드 로우 홍콩과기대 공공정책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반격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소 제한적 이라고 지적했다. 로우 교수는 “(중국이)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며 대응할 수 있지만, 그것들이 첨단 기술 상품이라면 중국의 기술 혁신 시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업 등 저기술 상품에 대한 관세를 (중국이)인상한다면, 중국 소비자들은 타격 없이 다른 나라의 대체재를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상된 관세의 영향을 받는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보다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 이미 보조금을 지원하는 상태에서 추가로 비용 부담이 수반될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관세 인상 결정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의 관세인상 결정이 중국의 실질적인 과잉생산 문제를 조율하고 결과적으로 산업 구조조정 등 개편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SCMP는 중국의 소식통을 인용하며 전기차 부문에서 “파괴적 경쟁”에 대해 중국에서도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천 연구원은 “일부 산업에 있어 중국의 생산능력이 과잉상태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서구의 압박이 가중되면 신에너지 분야에서는 더 많은 인수·합병이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부실기업은 제거하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업은 나가야 한다”면서 아프리카 등 신규 시장으로의 진출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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