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구체적 시기 잡히면 소상히 설명”
C커머스 소비자 관련 법 위반사항에 대응 중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잠정 보류 상태였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한 재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전자상거래(C커머스)업체의 염가 공세와 함께 늘어난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 차담회를 개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 차담회를 열고 “그간 학회·벤처업체 등을 통해 필요한 의견을 꾸준히 수렴해왔으며 국회 상황 고려와 여당 논의 등을 거쳐 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다양한 대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계획이나 시기에 대해서는 오늘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시기가 잡히면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힘을 싣는 플랫폼·입점업체간 갑을 관계 규율 내용에 대해서는 “갑을 관계와 독과점 관계는 투트랙으로 분리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야당 측 입장도 잘 알고 있으나 (갑을 관계를 다루는) 자율규제 부분 성과에 대해서 설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날 밝힌 향후 주요업무 추진 방향에서 ‘플랫폼법 제정 추진’을 첫손에 꼽았다. 플랫폼법은 시장을 좌우하는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벌이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향후 플랫폼법의 핵심인 사전지정 제도 등에 대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는 한편, 학계·전문가 등과 폭넓은 의견수렴을 진행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계획이다.
당초 윤석열 정부표 플랫폼법 입법 계획은 지난해 12월 발표됐으나, 업계 반발 등을 우려한 국회가 플랫폼법 처리에 난색을 보이면서 입법이 총선 뒤로 잠정 보류됐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당초 계획한 정부안 발표를 미루고 추가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는데, 특히 사전지정 제도에 대해서는 ‘더 나은 대안’을 언급하며 사실상 원점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총선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공정위가 플랫폼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낼 만한 환경은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당은 세부 방안에선 시각차가 있지만, 큰 틀에서 거대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규제에 긍정적인 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점한 상황에서 법안의 규제 강도와 대상이 더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이날 C커머스 등 해외 온라인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C커머스 업체의 전자상거래법, 약관법 등 소비자 관련 법 위반 사항을 들여다보는 한편, 국내에 주소·영업소가 없는 해외 플랫폼에 대한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방안도 조속히 추진한다.
공정위는 국민 생활 밀접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결합 판매에 대해서는 내달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온라인쇼핑 PB 상품 검색순위 조정·변경 등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심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모빌리티·숙박업계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3분기 중 심의에 나선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음원서비스·온라인 쇼핑몰 분야 등에서 소비자의 중도해지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플랫폼·입점업체 간 상생협력을 위해 오픈마켓의 자율규제 방안 이행상황은 상반기 중, 숙박앱의 자율규제 방안은 하반기 중 공개한다. 독과점화 속도가 빠른 인공지능(AI) 및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소비자 이슈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정책보고서는 올해 12월 중 발표한다.
공정위는 3대 주요 감시 대상으로 ▷의식주(육류·주류·교복·가구·폐기물처리 등) ▷금융·통신(담보대출·국고채·통신사 판매장려금 등) ▷중간재 등 민생 밀접분야(스테인리스강선·아연도금철선·방음방진재·소방내진재 등)를 꼽았다. 독과점 시장구조와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모펀드 소유 외식업종 가맹본부의 과도한 필수품목 지정, 판촉비용 부당 전가 등에 대한 조사도 연내 마무리한다.
아울러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5조원 이상에서 GDP 연동 방식으로 개편한다.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 규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제도 등도 개선한다. 이 밖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완료되면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공정위에 승인받도록 하는 등 합병에 따른 소비자 피해 우려를 차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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