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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마다 한달 유급휴가에 초과근무 '0' MZ회사?…한울씨앤비, "주 4.5일제 도입이 목표"[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김윤옥 한울씨앤비 대표(오른쪽)가 2023년 근무혁신 우수기업을 수상한 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취업정보포털을 보니 우리 회사가 ‘토목계의 MZ회사’라고 소문이 났더라고요.”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한울씨앤비 사옥에서 만난 엄건용 대리(34)는 회사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1990년생으로 이른바 MZ세대의 일원인 엄 대리는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도저히 퇴사할 수 없는 회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년 구직자들의 대기업·공기업 선호 현상으로 중소기업이 인력난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는 한울씨앤비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이 회사가 ‘MZ회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윤옥 한울씨앤비 대표이사. [사진=김용훈 기자]

한울씨앤비 김윤옥 대표이사(48)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회사와 직원과의 신뢰”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건설사에 입사 후 전문 건축설계사무소로 자리를 옮겨 경력을 쌓은 김 대표는 “앞선 회사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밥 먹듯이 야근을 하면서 일주일에 100시간 일했다”면서 “삶의 만족도가 떨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지난 2017년 자신이 한울씨앤비를 창업할 당시 “‘직원들의 만족도를 최우선에 둬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일하기 좋은’ 회사였던 건 아니다. 김 대표는 2021~2022년 경영지원 부서를 꾸리고 직접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기로 한다. 직원들 중에도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퇴사를 생각하는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근무혁신 인센티브제를 전격 도입, 초과근로부터 없앴다. 말로만 없앤 게 아니다. 엄 대리는 “우리 회사는 정규 퇴근시간인 오후 6시가 되기 30분 전부터 정시퇴근을 독려하는 ‘퇴근알림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한울씨앤비 사무실 입구 [사진=김용훈 기자]

‘전 직원의 정시퇴근’은 현실적으로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야근이 습관화된 직원에겐 오히려 일에 쫓기는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그래서 마련한 것이 ‘근무환경 개선 캠페인’”이라며 “초과근무 10% 미만을 달성할 경우 전 직원에게 월급여액의 100% 상여지급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회사라면 금기시 하는 ‘행동’도 업무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면 눈치보지 않아도 된다. 엄 대리는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587시간에 달했던 초과근무시간은 ‘제로(0시간)’로 줄었다. 대표라면 아무래도 직원들이 ‘더 많이’ 일하는 게 좋지 않을까. 김 대표는 “우리 회사는 시공단계에서의 오류를 줄여 시공비를 줄일 수 있도록 BIM(건설 정보 모델)을 다루는 기업인 만큼 시간과 성과가 비례하는 제조업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직원들은 최소 3개월 단위씩 각자의 스케줄이 있어 ‘자기주도형’으로 근무한다”고 했다. 이유 없이 책상을 지키고 있는다고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울씨앤비 사무실에서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직원들. 시차출퇴근제와 재택근무제를 적극 도입한 이 회사는 정규퇴근시간인 오후 6시가 되기 30분 전 '퇴근알림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김용훈 기자]

한울씨앤비의 직원은 38명이다. 토목공학과 출신들이 대다수인 이 업계에 여성은 드물다. 하지만 이 회사에는 총 9명의 여성이 일한다. ‘엄마’도 있다. 하지만 이 회사엔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찾으러 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직원은 없다. 32개월된 아이가 있는 이 회사의 강 모 과장(37)은 아이를 여유있게 맡기고 오전 10시 출근한다. 시차출퇴근제 덕분이다. 김 대표는 “전 직원의 70%가량이 시차출퇴근제를 쓰고 있다”며 “필요시 재택근무도 가능하다”고 했다.

연차휴가사용촉진제도 이 회사 직원들의 자랑거리다. 엄 대리는 “우리 회사는 장기근로자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3년마다 한 달씩 휴가를 준다”고 말했다. 당연히 ‘유급휴가’다. 근로자휴가비 사용률은 70%에 달한다. 정부가 아직 검토하고 있는 ‘자동육아휴직제도’도 선도입했다. 최근 사내 과장급 직원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떠났다. 자동육아휴직제의 첫 수혜자다. 결혼을 앞둔 엄 대리는 “두 번째 육아휴직자가 되려고 한다”며 웃었다.

이렇게 해도 기업의 경영지표에 문제가 없을까. 김 대표는 “최근 3년 동안 우리 회사의 기업실적과 신용도는 꾸준히 상승해왔고, 특히 올해에는 큰 향상이 기대된다”면서 “작년엔 IT분야 투자를 크게 확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퇴사율이 직전 연도보다 두 배 이상 줄었다”며 “현재 목표는 두 달에 한 번 금요일에는 오후 3시에 퇴근하도록 하는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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