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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나도 1위라더니”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쳐[머니뭐니]
“1년 수익률 15%” 강조하는 은행 퇴직연금
3~10년 장기수익률은 ‘물가상승률’보다 낮아
가입자 무관심에 ‘디폴트옵션’ 대안 나왔지만
대부분 ‘초저위험 상품’…수익률 재고 ‘지지부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믿고 맡겼는데,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을 줄은 몰랐다”

최근 다수 은행에서 ‘1위’라고 강조하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최근 10년간 최고 연 3%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증시 반등에 따라 ‘반짝’ 10%대를 뛰어넘는 수익을 달성하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오랜 기간 ‘마이너스’를 넘나드는 초저수익률을 유지해 온 영향이다.

최고 16%라는 ‘퇴직연금’ 수익률…직전 10년 간 2~3%대

[게티이미지뱅크]

15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BNK경남은행의 확정급여형(DB) 원리금 비보장상품 퇴직연금 1분기 수익률(직전 1년)은 11.46%로 전 은행권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는 ▷DGB대구은행 9.9% ▷BNK부산은행 9.75% ▷KB국민은행 9.48% ▷IBK기업은행 8.44% 등 순이었다. 가장 낮은 수익률은 하나은행의 6.56%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은 확정기여형(DC) 원리금 비보장상품 퇴직연금에서 수익률 15.8%로 전 은행권 1위를 달성했다. 이후로는 ▷부산은행 15.7% ▷기업은행 14.06% ▷국민은행 13.91% ▷경남은행 13.59% 등이었다. 개인형IRP 부문에서는 광주은행이 17.58%의 수익률을 달성해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하나은행(14.32%), KDB산업은행(14.14%), 경남은행(14.16%) 등 순이었다.

이처럼 지난 1년간 은행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10%대를 넘나들며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들이 퇴직연금 자금 유치를 목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강조한 이유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증시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해 나타난 ‘기저효과’에 가까울 뿐이라는 평가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수익률을 장기간으로 늘렸을 때, 10%대 수익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례로 확정급여형(DB)에서 최근 1년 수익률 1위를 차지한 경남은행의 지난 10년간 장기수익률은 연 1.3% 수준에 그쳤다. 7년 수익률은 1.54%, 5년 수익률은 2.12%로 유사한 수준이었다. 최근 3년 수익률은 –0.4%로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기준 은행권 확정급여형(DB) 수익률 1위는 신한은행(2.98%)으로, 이마저도 3%를 넘지 못했다.

이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확정기여형 최근 1년 수익률 1위를 차지한 하나은행의 10년 수익률은 2.67%에 불과했다. 기업은행이 2.87%로 가장 높았고, 2.20%의 산업은행이 최저치를 보였다. 개인형IRP 10년 장기수익률의 경우 최저 1.88%로 채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원리금 보장형의 경우 이보다도 못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최근 3년 수익률의 경우 적자를 보인 경우도 허다했다. 전 은행권의 최근 3년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형 단순 평균 수익률의 경우 ▷확정급여형(DB) 1.56% ▷확정기여형(DC) 0.28% ▷개인형IRP 0.36% 등에 불과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평균 3.7%였던 것을 고려하면, 고객들이 맡긴 돈의 가치가 불어나기는커녕, 줄어든 셈이다.

디폴트옵션 도입에도 수익률 ‘반등’은 지지부진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퇴직연금 수익률 저조의 주원인으로는 가입자의 무관심이 꼽힌다. 퇴직연금이 방치되며 예·적금이나 보험상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대다수 퇴직연금이 몰린 데다, 금융상황 변화에 따른 상품 조정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시행하며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시도했다.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 지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국내에서 디폴트옵션을 선택한 퇴직연금 가입자의 적립금 중 90%가량이 원리금을 보장하는 초저위험 상품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향후 퇴직연금 수익률의 경우도 이전과 큰 격차를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안정성 선호 심리가 많은 데다, 디폴트옵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적극적으로 디폴트옵션 상품의 고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향후 퇴직연금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수익률 관리를 통해 선제적인 고객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202조3522억원으로 1분기 만에 4조3041억원이 늘어났다. 이는 금융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385조7521억원)의 52% 수준이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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