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경제인회의서 첨단산업 협력 모색

‘한일 반도체 생태계 공동체’ 조성 제안

“팹리스·파운드리서도 협력 조건 갖춰”

미·중 공급망 재편 주도…한일 힘 모아야

반도체 시장 흔드는 미·중…“한·일 공동체로 힘 키워야”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협회 상무가 15일 일본 도쿄 더 오쿠라 호텔에서 열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도쿄)

[헤럴드경제(도쿄)=김현일 기자]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의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공동체 조성과 대학·기업 간 연구개발로 힘을 모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가 15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발표자로 나선 반도체·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이 협력을 통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의 기술 협력을 통해 미국이 보유한 반도체 관련 원천기술로부터 해방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한일 협력의 가치가 있다”며 “반도체 산업에서 두 국가가 힘을 합쳐 반도체 생태계 공동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과 중국에 비해 인구나 자원이 부족한 한국과 일본이 반도체 생태계 공동체 결성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문연구원은 “한일 반도체 생태계 공동체를 만든다면 공급망 안정화는 분명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한국과 일본이 승자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 흔드는 미·중…“한·일 공동체로 힘 키워야”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이 15일 일본 도쿄 더 오쿠라 호텔에서 열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도쿄)

양국이 소재·장비에 집중했던 기존 협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팹리스(반도체 설계)·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의 협력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문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은 둘 다 팹리스가 약하다. 현재 미국이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약하기 때문에 정보유출 우려 없이 오히려 서로 손을 내미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등 반도체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이 충분히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한국은 삼성전자 이외 눈에 띄는 기업이 없다. 일본도 파운드리 산업 자체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 대만 TSMC를 일본 내 유치했고, 직접 라피더스도 세웠다”며 “파운드리 산업에서의 기술 협력이 이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됐다”고 평가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중국에 맞서 한국과 일본의 기술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은 현재 중국에게 세계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는 아직 중국을 앞서고 있다. 대형 OLED는 한국이 96.1%, 중국이 3.8%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중소형 OLED는 한국이 71.6%, 중국이 27.6%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흔드는 미·중…“한·일 공동체로 힘 키워야”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겸 고려대 명예교수가 15일 일본 도쿄 더 오쿠라 호텔에서 열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도쿄)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협회 상무는 “시장점유율에서 일본이 아직 미미하지만 핵심 소재와 장비에서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원천 기술을 가진 일본의 기업, 연구소, 대학과 한국의 기업, 연구소, 대학 간의 전략 체계 기술 협력 및 공동 연구개발(R&D)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세션의 좌장을 맡은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겸 고려대 명예교수는 “일본도 세계 경제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과의 경쟁에서 개별 국가 차원으로 대응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한일 공동체 협력관계를 만들어서 미국, 중국, EU에 대응할 수 있는 바게닝 파워(교섭력)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