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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팔면 팔수록 손해?…포드, 대당 손실 1억원 넘어 ‘고심’
전기차 생산 줄이고 배터리 주문 삭감
SK온·LG엔솔 등 배터리사 시장 예의주시
전기차 성장률 109%서 20%대로 하락

포드의 미국 오하이오주 조립 공장 [포드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포드가 올해 1분기 전기차 한대당 10만달러(약 1억3700만원)가 넘는 손실액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기) 위기에 빠지며, 생산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전기차 대당 손실액이 1분기 10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배터리 주문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는 “포드가 전기차 부문에서 입은 손실이 브롱코 등 기존 내연기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서 거둬드린 이익을 거의 전멸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포드는 11만6000대의 전기차를 팔아 47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대당 약 4만달러를 손해 본 셈이다. 올해 1분기에는 손실액이 13만2000달러까지 확대됐다.

전기차에 관심을 두던 ‘얼리어답터’(새로운 제품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구매하는 소비자) 수요가 줄어든 데 반해 본격적인 대중화 시장이 열리지 않으면서다. 충전 불편, 비싼 가격, 화재 우려 등이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만 해도 전년 대비 세계 전기차(BEV+PHEV) 성장률은 109%에 달했으나, 2022년에는 56.9%, 지난해에는 33.5%로 성장세가 꺾였다. 올해 1분기에는 성장률이 20.4%에 그쳤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및 성장률 [SNE리서치 자료]

포드는 이미 전기차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앞서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튀르키예에서 추진하던 배터리 합작법인 사업을 철회했고, 120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투자 계획도 연기했다.

SK온과의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제2 공장의 가동 일정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지난달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인 3열 SUV 전기차의 출시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늦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드는 대형 전기차의 생산을 늦추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30년까지 시장의 변화를 감안해 모든 전기차 모델에서 하이브리드형 모델을 함께 출시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포드의 전기차 속도 조절은 세계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포드는 SK온과 테네시주에 1개, 켄터키주에 2개의 합작공장을 짓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 CATL 역시 포드에 상당 물량의 배터리를 납품 중이다.

문제는 포드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리비안 등 전기차 선두 업체들이 잇달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GM은 혼다와 보급형 전기차 공동 개발 계획을 철회했고, 미시간주에 건설 중이던 픽업트럭 공장 가동 시점을 1년 연기한 데 이어, 올해 전기차 40만대 생산 목표를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테슬라는 지난달 전 세계 직원의 약 10% 수준인 1만4000여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리비안은 50억달러를 투자해 조지아주에 신규 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공장을 확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정부 역시 전기차 보급 정책을 보다 보수적으로 수정했다. 당초 미국 정부는 2032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공언했으나, 최근 들어 이 목표를 56%로 낮춰 잡았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하이브리드 등 전기차 대체재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중저가 전기차가 보다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미국 자동차 판매 사이트 에드먼드 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에 관심 있는 응답자의 47%가 4만달러 이하의 전기차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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