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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히스토리(니얼 퍼거슨 등 지음·김병화 옮김, 지식향연)=독일의 역사가 랑케가 ‘역사는 있는 그대로의 과거’라는 근대 사학을 확립한 이래 ‘만약’의 역사는 불필요하게 취급됐다. 이러한 반(反)사실적 역사에 대한 경계는 역사학이 독자적인 학문으로 발돋음하는데 일조했지만, 한편으론 역사가 결과론적 해석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동료 역사학자들과 함께 이와 같은 근대 사학의 전제를 뿌리채 흔들어 놓았다. 2차 세계대전과 히틀러의 패망, 미국의 독립, 소련의 붕괴 등 세계사적으로 변곡점이 된 9가지 사건들을 다양한 가정을 통해 추론한다. 그의 여정에서 독자는 역사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건이 아니라 우연과 행운, 실수와 성급함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이자 일어날 수 있는 무수한 가능성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특히 하나의 톱니만 어긋났어도 역사가 뒤바뀔 수 있다는 아찔함에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자살하는 대한민국(김현성 지음, 사이드웨이스)=‘합계 출산율 0.72명 시대’는 단순히 저출산 문제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인구 소멸, 나아가 대한민국의 사멸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며, 이는 우리 공동체가 발전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쟁점들을 회피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가 이같은 모순적으로 파괴적인 사회경제적 구조를 선택했기에 그 선택에 따른 사멸은 자살이라 할만 하다. 저자는 한국의 공통체가 소멸하는 이유로 ▷고물가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생산성 ▷노인 문제 등을 지적했다. 왜곡된 물가 구조에서 오는 일상생활의 고비용 구조와 수도권에 몰리는 인구와 돈이 주거비용과 생활 비용을 높인 점, 그럼에도 4명 중 1명은 자영업을 하는 등 낮은 인건비를 강요 당하고 있다 현실이 이를 설명한다. 저자는 공동체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비용을 기꺼이 지불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바버라 킹솔버 지음·강동혁 옮김, 은행나무)=미국을 대표하는 생태주의 작가인 바버라 킹솔버의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20세기 말 미국 남부 산악지대 농촌을 배경으로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난 소년의 치열한 성장 서사가 담겼다. 아동 학대 생존자인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자신의 경험을 써 내려간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줄거리를 오마주한 이야기로 작가의 ‘문학적 팬픽’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소년의 반항적이고 거침없는 목소리를 쫓으며 고발하는 제도적 빈곤과 아동 학대 문제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만든다. 약물 과다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위탁 가정을 전전한 소년은 결국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되고 만다. 그러나 거칠고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끝내 사랑을 지키고 살아내고야 마는 길 잃은 소년의 용기에 “벽돌책이 끝나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에 이르게 된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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