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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고기 대신 오돌뼈, 치킨은 냉동제품으로” [저가 전성시대]
고물가에 저렴한 대체 식품 찾는 소비자들
의류·화장품도 가성비 추구…중고거래도 활발
“어느 정도 만족한다면 가격이 주요 결정 요인”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소고기 대신 오돌뼈를 사고, 그릭요거트도 직접 만들어 먹어요. 그래도 지난달 카드 내역 중 식비 지출이 절반을 넘었네요.”

수도권에서 혼자 거주하는 30대 대학생 최씨는 요즘 매 끼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외식을 할 엄두를 못 내 집밥을 선호하지만,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부담도 커졌다. 최씨는 “밖에서 최대한 간단하게 한끼를 해결하려고 해도 만원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꺼려지고 그나마 대형마트에서 할인하는 품목을 위주로 식재료를 구입한다”며 “대체상품을 애용하면서 장보는 비용을 절감한다”고 토로했다. 지방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20대 대학생 정씨는 “치킨을 먹고싶지만 비싼 가격에 배달비까지 생각하면 더 저렴한 냉동 식품으로 손길을 돌린다”고 전했다.

직장인의 지갑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김씨는 “자녀를 위한 이유식을 만들 때 알레르기 반응을 생각해 여러 채소를 써야하는데 최근 채소값이 너무 올라 냉동야채 규브로 대체한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에 의(衣)·식(食) 부담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양태도 바뀌고 있다. 외식 대신 직접 식자재를 구입해 요리하거나 간편식을 먹고, 그마저도 늘 더 저렴한 대체 상품을 찾는다.

실제로, 치킨 물가가 오르는 사이 냉동 치킨 관련 제품 판매량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활물가지수(2020년=100) 중 치킨은 전년 동기보다 약 5.2% 오른 121.54였다. 이는 생활물가지수(116.14)가 같은 기간 3.6% 오른 것 보다 큰 폭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아워홈과 하림의 냉동 치킨 관련 제품 매출 신장률은 각각 17%, 29.3%를 기록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김씨는 “배달치킨이 3만원에 달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로는 8000원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냉동 치킨을 쟁여놨다”며 “쭈꾸미, 냉동막창, 오뎅탕까지 다양하게 냉동 식품을 구매해뒀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 [연합]

의류는 가성비를 챙길 수 있는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나 빈티지를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앞서 언급한 대학생 최씨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선호하는 브랜드의 옷을 사다가 최근에는 SPA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해서 필요한 것만 산다”고 했다. 다른 30대 직장인 김씨는 “고가 브랜드 대신 재질이 괜찮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빈티지 가게를 방문하기도 한다”고 했다.

화장품 시장에서도 가성비가 트렌드가 됐다. 생활용품전문점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는 올해 1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다이소의 신제품이 명품 브랜드 샤넬의 제품과 색상이 비슷하지만 저렴한 가격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풀이다.

새 물건을 구입하기 보다 중고물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구 당근마켓) 앱 사용시간은 4425만9344시간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근 가입자 수는 3600만명을 넘어서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00만명 전후 수준을 유지 중이다.

고물가에 여행 소비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항공비를 포함해도, 국내 보다 물가가 싼 외국 여행이 낫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학생 정씨 역시 “엔저 현상으로 물가가 비싼 한국 대신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93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10.5% 줄었다. 지난해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내국인 제주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이상(53.4%)이 불만사항으로 ‘비싼 물가’를 꼽았다. 반면,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3월 해외여행객수는 전년 대비 49.1% 늘어난 742만4967명으로 집계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품질 만족도가 있다면 가격을 주요 결정 요인으로 고려한다”며 “각 개인에게 맞는 대체 상품을 찾는 등 소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mp125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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