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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뒤 한국 첨단칩 생산 3분의 1로 추락” 충격적 보고서 [김민지의 칩만사!]
2032년 반도체 생산능력 전망 보고서
한국 첨단칩 생산 비중 31%→9% ‘충격’
미국에 상당 부분 빼앗기고 유럽·일본까지
삼성 용인·평택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 관건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첨단 반도체, 지금은 ‘한국-대만’밖에 못 만드는데…10년 뒤엔 절반 뺏긴다?”

10년 뒤 국가별 전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전망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한국은 전체 시장에서는2022년 보다 2032년에 점유율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서 최소한 도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첨단 반도체, 즉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입니다. 지금은 대만 다음으로 10나노 이하 파운드리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10년 뒤엔 점유율이 3분의 1로 추락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2032년 한국은 파운드리를 포함한 최첨단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에서 조연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걸까요? 오늘 칩만사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첨단 반도체 생산 31%→9% ‘뚝’…“미국·유럽·일본, 빈자리 채울 것”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32년 전세계 반도체 생산에서 19%를 차지할 전망입니다. 2022년 17%와 비교해 2%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2022년에는 중국과 대만에 이어 일본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는데, 2032년에는 중국 다음으로 단독 2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편중될 전망입니다.

2022년 대비 2032년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 전망[미국반도체산업협회·보스턴 컨설팅 그룹 보고서]

2022년 한국은 ▷D램 52% ▷낸드 30%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2032년에는 ▷D램 57% ▷낸드 42%로 생산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메모리 1위’라는 타이틀은 그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네요.

반면,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10년 동안 경쟁력을 크게 잃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우선,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이 2022년 31%에서 2032년 9%로 3분의 1 토막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대만도 69%에서 47%로 점유율이 크게 하락할 전망입니다.

2022년 대비 2032년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 전망[미국반도체산업협회·보스턴 컨설팅 그룹 보고서]

그럼 한국과 대만의 자리는 누가 차지할까요? 미국과 유럽, 일본입니다.

단 1%도 차지하지 못했던 미국은 2032년 무려 28%의 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현재 미국 곳곳에 지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TSMC, 인텔의 신규 파운드리 생산 라인이 2~3년 내에 가동을 시작하면서 생산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겁니다. 건설 중인 공장 대부분이 5나노 이하 첨단 공정 라인입니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총 3개의 공장을 짓는데 전부 1~4나노 공정의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고, 삼성전자가 2026년 가동할 테일러 공장도 5나노 이하 공정이 메인입니다. 인텔 역시 미국 생산 라인을 중심으로 2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로드맵을 밝힌 바 있습니다.

유럽은 6%, 일본은 5%의 비중을 차지할 전망입니다. 유럽은 인텔의 파운드리 공장에서, 일본은 TSMC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댈 곳 삼성 파운드리 공장뿐…“초미세 공정만큼은 국내 중심 둬야”

10년 뒤 한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이 고꾸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몫이 큽니다. 한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두고 있는 건 삼성전자 뿐이라, 삼성이 국내에서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양산을 늘려야 한국의 생산 비중도 높아집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용인 클러스터와 기존의 평택·기흥·화성 캠퍼스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공장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가장 규모가 큰 건 용인 클러스터입니다. 용인에만 360조원을 투입해 팹 6기를 지을 계획인데 2030년 가동 목표인 가장 첫번째 팹은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 생산 기지로 활용될 전망입니다. 계획된 6기 중 현재 총 4기 건설이 진행 중인 평택캠퍼스에서도 파운드리 캐파(생산능력)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문제는 미국에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에서도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과 미중 통상 갈등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미국 생산 라인 확대는 불가피합니다. 초미세 공정 첨단 반도체를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얼만큼 생산할 것인지를 두고 전략적 판단도 필요해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의 생산 거점을 무조건 국내에 남겨둬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 확대로 첨단 반도체 생산 라인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결국 믿을 건 안방 뿐일 것이고, 해외는 경쟁사의 본토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습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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