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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의 마음 다스릴 수 있는 ‘선명상’ 전파…사회통합 위해 자타 분별없는 ‘중도’ 필요” [헤경이 만난 사람-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부처님 오신 날’ 앞둔 조계종
명상 통해 나쁜 감정·잡념 줄여
취임 직후 가장 먼저 MZ세대 만나
부처님 오신 날 ‘EDM 난장’ 준비
9월 美 뉴욕에 ‘K-명상’ 알릴 계획

“마음의 평화, 행복한 세상(Peace of Mind, Happiness of the World).”

15일은 불기 2568(2024)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표어인 이 구절은 수행과 명상을 통해 불자는 물론 우리 모두가 마음의 평화와 정신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세계 평화와 상생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지구촌이 아직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국내 역시 총선 전후로 이념 갈등이 심각한 만큼 각자 내면의 평화를 통해 행복한 세상을 이루자는 올해 연등회의 봉축표어가 어느 때보다 마음에 와 닿는 때다.

이에 불교계에서는 대중의 심적 평화를 위해 ‘선명상 프로그램’을 개발, ‘국제 선명상대회’ 등을 통해 이를 보급할 계획이다. 미국 뉴욕에 가 ‘K-명상’도 적극 알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등회 등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를 불자뿐 아니라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문화 행사로 확대시킨다는 복안이다. 이에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는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나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이 땅의 중생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봤다. 다음은 진우 스님과 일문일답.

-올해 조계종 역점 사업 중 하나가 ‘천년을 세우다’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 지금 어느 정도 진행 중인가. 계획은.

▶천년을 세우다 사업은 이 땅에서 1000년을 이어온 불교를 바로 세우고 다음 1000년을 준비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상징적인 의미로 우선 경북 경주 남산 열암곡에 넘어진 마애불을 바로 모시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마애불의 코와 암반 사이 거리는 불과 5㎝로, 방치하게 되면 바위가 내려앉아 훼손될 수 있다. 하지만 마애불의 무게가 80t에 이를 정도로 크기가 크고 무게도 무거운 만큼 세우고 싶다고 바로 실행할 수는 없다. 오랜 세월 (엎어진 상태로)있었던 만큼 계획 없이 세웠다가는 훼손될 수 있다.

이에 올 하반기 같은 같은 조건에 두고 모의 실험을 할 예정이다. 이후 문화재청이나 문화재위원회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지자체, 국제기관(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의 승인도 필요해 내년 중후반이나 돼야 결론이 날 것 같다.

-천년을 세우다 사업 중 하나가 ‘선명상’ 전파라고 들었다. 지금 왜 우리 사회에 선명상이 필요한가.

▶선명상은 미래의 1000년을 준비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다. 인재 양성은 물론 불교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올해를 선명상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삼았다. 특히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 대중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명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명상은 참선, 염불, 108배 등과 같은 여러 불교 수행법 중 하나다. 남방 불교인 소승 불교의 수행 방법 중 사마타(止觀·지관, 멈춰서 바라본다) 수행이 서양으로 넘어가 각색된 것이 오늘날의 명상이다.

우리도 불교 수행법을 현대의 감성에 맞게 변화시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선명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올해 종단의 중점 사업 역시 선명상을 대중에게 전파시키는 것이다. 사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게 마음처럼 쉽진 않다.

우선 명상을 통해 잡념을 멈추고 내가 왜 화가 나고 욕심이 생기는지, 나쁜 감정이 드는 근원적인 이유를 살펴야 한다. 원인을 알아차린다고 해도 나의 몸이 습(習·반복적으로 행한 행위)으로 뭉쳐져 있다 보니 이성적으로 이해해도 (감정적으로)납득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성과 감정의 차이는 명상을 통해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이 최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우 스님은 이 인터뷰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中道)가 (사회 통합 등)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층의 종교 외면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그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취임 후 MZ세대부터 만났다”고도 했다. 임세준 기자

-최근 이념 논쟁, 전쟁 등 국내외 갈등 상황이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 (분열과 갈등의 상황은)비관적으로 보면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인류가 이 땅에 난 이후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 문제 해결의 시작점에 설 수 있다. 좋은 사람은 나쁜 사람이 있어야 존재하고, 평화 시대도 전쟁이 있기 때문에 정의할 수 있듯이 세상은 늘 상대적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中道·분별을 없애는 것), 즉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별을 없애야 (사회 통합이든 세계 평화든)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

-기술의 발전으로 종교의 ‘기복신앙적 역할’이 축소되면서 불교는 물론 다른 종교에서도 신도 수 축소 특히 청년 포교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조계종에서는 청년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기술 발전과 경제적 풍요로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젊은층의 종교 외면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총무원장)취임 이후 이들에게 좀 더 다가가자고 생각했다.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만난 사람들도 MZ세대였다. 종단의 수장이 모든 권위와 힘을 내려놓고 젊은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그 자체로 (그들의)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울러 불교를 무겁고 지루한 게 아니라 편하고 재밌게 느끼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일부 성과가 있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사전 접수를 받았는데, 4만명 이상이 접수를 했고 이 중 80%가 2030세대였다. 행사 당일에도 젊은 사람들이 400~500m 줄을 서 다들 진풍경이라고 했다. 향후에도 2030세대가 좋아하는 굿즈를 만들고, 이들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 불자들을 모아 신도회도 만들 예정이다.

-한반도에서 1000년 이상이 된 불교가 국내에만 머물러 있기엔 아쉽다는 일각의 의견이 있다. 우리 불교의 해외 진출을 위한 복안이 있나.

▶선명상과 같은 좋은 콘텐츠를 확보한 만큼 해외 포교 역시 승산이 있다고 본다. 올해 9월 미국 뉴욕에 가 미국인에게 K-명상을 소개할 계획이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가 명상 대회를 개최하고, 미국 명사들을 초청해 예일대에서 K-명상과 관련한 강연을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규모의 행사를 준비 중이다. 올해 9월 27일부터 닷새 간 서울 광화문광장과 주요 사찰에서 10만 여명이 참여하는 ‘마음의 평화, 행복의 길 국제명상대회’가 개최된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차드 멩 탄을 비롯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상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제 세미나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행사 둘째 날인 9월 28일에는 한국 불교 1700년 전통을 계승한 ‘선명상’을 국내외에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15일 부처님 오신 날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두 번째로 대규모 연등회가 열린다. 예년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선 종단이 선명상 알리기에 팔 걷고 나선 만큼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회에 몇 분(分)이라도 명상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간 봉축법회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첫 시도다. 또 연등회는 문화, 인종, 국경을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화합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그 일환으로 등 만들기, 시민문화체험단 등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 임원을 1000여 명 정도로 확대했고, 23개국 50여 명의 외국인으로 구성된 ‘연등회 프렌즈’도 행렬에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MZ세대가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선명상마당, 청년MZ마당을 새로 만들었다. 요즘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의 부캐릭터)을 초청해 ‘연등노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난장’도 펼칠 예정이다.

정리=신소연 문화부장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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