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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아내 살해’ 변호사, ‘그알’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했었다[취재메타]
‘아내 살해 혐의’ 1심 선고 앞둔 대형 로펌 출신 미국변호사
“표현과 언론 자유에 해당”… 법원, 지난 3일 기각 결정
방송서 변호사 성씨 바뀌어 나간 이유도 간접 드러나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A씨가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변호사가 지난 3일 자신의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기각됐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김우현 부장판사)는 지난 3일 미국 변호사 A씨가 부친 B씨와 함께 SBS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 신청 채권자에는 이들 외에도 A씨의 두 자녀가 포함됐다.

10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30일 5선 국회의원 출신인 부친 B씨와 함께 이번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변호사 남편은 왜 아내를 살해했나?’ 편 방송이 자신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어린 두 자녀들의 성장 과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씨 측은 “우리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채 사망한 아내 유족 측의 주장 내용만을 기초로 방송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방송에 A씨의 살인 혐의에 관한 형사사건과 결혼생활 관련 내용도 등장해 사생활을 침해하고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고, 이는 검사 출신이자 전직 국회의원인 부친 B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린 자녀들은 부모와 관련된 방송의 다시보기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하여금 성장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거나 학교 생활에 지장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1심에서 곧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재판 중 사건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친 B씨는 이미 은퇴했고, A씨는 공인이라고 할 수 없으며 관련 형사사건 자체나 A씨와 피해자 간 결혼생활 관련 내용은 공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어서 해당 방송은 공공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인격권으로서 명예권에 기초해 방송 금지를 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처분 결정에 대한 SBS 측의 의무 위반에 대비해 “위반행위 1회당 1억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며 간접강제도 함께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우발적 범행인지 고의적 살해인지에 관해 합리적 범위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표현과 언론 자유에 포함된다”며 “SBS가 방송에서 제기한 A씨의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 측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방송은 이혼 과정에서 자녀 양육권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범죄 피해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유사한 피해의 재발을 방지하려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형사사건과 그 범행 경위와 관련된 내용이 공공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니거나 그 목적이 공공 이익과 관련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방송된 ‘그알’ 프로그램에서 이 변호사와 부친의 성씨가 다른 성씨로 표기돼 나갔던 이유도 결정문을 통해 밝혀졌다. SBS는 지난 4일 그알 방송 직후 시청자들로부터 ‘제작진이 A씨의 성씨를 다른 성씨로 둔갑했다’는 취지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지난 4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변호사 남편은 왜 아내를 살해했나?’ 장면[사진=SBS 방송 캡쳐]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방송에는 A씨와 B씨 등이 가명 또는 재연으로 처리되고 이들을 특정할 만한 구체적 내용은 없어 보인다”며 “방송 자체로 인해 일반 대중에게 A씨 등의 신원이 드러날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방송을 전면 금지해야 할 정도로 A씨 등의 인격권으로서 명예권을 침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SBS는 ‘가족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해당사자를 포함한 사건 관련 인물들을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고, 모자이크 및 음성변조를 통해 최대한 신원을 보호할 예정’이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방송으로 인해 A씨의 형사상 방어권에 대한 현저한 침해가 이뤄진다고 볼 만한 별다른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거나 형사사건 재판부의 심증형성과 양형에 영향을 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자택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한 뒤 별거 중이던 아내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허경무 부장판사)에서 열린 A씨의 살인 혐의 결심 공판에서 “범행 경위와 수법, 태도 등에 비춰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A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에 대한 1심 선고는 2주 뒤인 2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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