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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항 환전소 임차료 분기에만 150억원” ‘외환’에 사활 거는 은행들
피 터졌던 공항 환전소 입점 싸움
1사업권 따낸 국민銀
은행권 “향후 환율이 실적 가른다” 전망
3·1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월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구역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각 은행들이 인천국제공항에 올해만 총 수백억원에 달하는 임차료를 지불하는 등 외환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홍콩 항셍중국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인해 투자 상품 판매 수수료를 벌기 여의치 않은 탓이다. 여기에 최고치를 달리고 있는 원·달러 환율로부터 수익을 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모습이다. 지난해 각 금융그룹의 외환수수료이익도 하나금융을 제외하고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공항 환전소 임차료에 분기당 150억씩 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인천국제공항 영업·환전소를 위해 지난 분기까지 연 최저임대료인 230억원에 더해 추가로 99억400만원의 임차료를 지불했다고 4월 말 공시했다. 인천공항이 제시한 최저 임대료를 분기별로 계산하면, 분기당 약 150억원이 넘게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2014년 이후 약 10여년만에 은행 영업점과 환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 사업권을 따냈다. 제2사업권과 3사업권 입점권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돌아갔다. 신한은행은 이번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다.

사업권을 따낸 은행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제1, 제2여객터미널 및 탑승동에서 은행 영업점과 환전소를 운영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은행들은 연장을 포함해 최대 2033년 12월 말까지 10년간 영업할 수 있다.

각 은행들은 사업권을 따낼 때부터 치열하게 경쟁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10여년간 공항에서 영업을 하지 못한 국민은행은 입찰 금액을 신한은행보다 최대 200억원을 더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큰 1사업권자를 쟁취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은 공시를 통해 지난 1월 7억1100만원, 2월 28억8400만원의 임차료를 제공해 올해 총 35억9500만원을 추가로 지불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공항 임차료는 2021년 4억6000만원, 2022년 18억8400만원, 2023년 78억7200만원 등으로 증가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지불한 임차료가 총 140억원에 달한다.

3사업권자인 하나은행도 4월까지 100억800만원의 임차료를 추가로 제공했다고 공시했다. 하나은행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지불한 공황 환전소 임차료는 699억100만원에 해당한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1400원 선을 넘어서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은행들이 공항 입점에 사활을 건 이유는 ‘외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 은행은 유가증권 측면에서 외환 환산 손익이 불안정해지지만, 반대로 고환율을 활용해 더 높은 외환 수수료를 벌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ELS 등 투자상품 판매가 위축되며 비이자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경로도 ‘외환’으로 제한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은행의 실적은 환율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을 정도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금리의 불확실성 속에 연이어 상승하고 있다. 엔화가 3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달러 가치는 높이고, 원화 가치는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거뜬히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날(현지시간) 달러 강세의 영향이 특히 아시아에서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도 2022년 이후 약세라는 점도 언급됐다.

신한·우리 외환수수료이익 급증…“환거래 수수료 기회 ↑”

이런 상황에서 각 은행들은 외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각 금융그룹의 외환수수료 이익은 하나은행을 제외하고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사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의 외환수수료 이익은 지난해 1분기 2364억원에서 올해 2642억원으로 11% 증가했다. 특히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외환수수료이익은 각각 500억원에서 664억원, 300억원에서 420억원으로 증가해 32.8%, 40%의 성장률을 보였다. KB의 경우 1120억원에서 113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는데, 이 경우 국민은행의 외환수수료와 기타 이익을 합친 수치다.

반면 하나금융의 외환수수료이익은 444억원에서 428억원으로 3.6% 하락했다. 외환거래 규모가 큰 하나은행의 경우 1분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환 환산 손실도 813억원 입어 순이익 감소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향후 환전 영업 등 고환율을 통한 은행들의 수익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기업들이 불안해지고, 그게 은행의 수익성에도 긍정적이지는 않다”며 “단 환거래가 많아지면 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날 수 있어 은행의 영업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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