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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마트·신세계, SSG닷컴 FI와 풋옵션 공방 쟁점은
GMV 충족 의견 분분
주관사 선정 이후 상장 작업 미흡
동반매도청구권 '예의주시'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이마트가 SSG닷컴 재무적투자자(FI)에 제공한 풋옵션(매수청구권)이 해소됐다고 자체 해석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번가 사태에 이어 기업과 FI의 의견이 엇갈리는 일이 반복돼 눈길을 끈다. 11번가의 경우 시장 관행의 문제였다면 이마트는 FI와 약속한 의무 이행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기업공개(IPO)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2021년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정 감사는 받고 있으나 IB와 SSG닷컴 밸류에이션과 상장 전략과 관련해 소통하는 상황은 아니다.

당장 IPO 의지는 없어 보이지만 SSG닷컴의 지배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는 상장 요건에 충족했다고 주장한다. SSG닷컴의 상장 여부는 이마트와 신세계의 재무 부담과 직결된다.

이마트 측은 2018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을 SSG닷컴 FI로 확보하면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핵심은 풋옵션 조항이다. 특정 시점까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마트 측에서 FI의 투자금을 돌려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SSG닷컴 대주주가 FI의 투자금 손실 위험을 덜어주려는 장치였다. 투자 당시 FI는 SSG닷컴의 1조원 규모 보통주를 인수했다. 보통주는 상환 의무와 리픽싱(행사가격 조정)이 없는 지분 상품으로 발행사의 자본 확충 효과를 극대화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 위험 부담이 따른다.

풋옵션을 피하려면 이마트 측은 이달 말까지 SSG닷컴의 IPO 가능 요건에 충족한 점을 입증해야 했다.

시장 관계자는 "IPO는 결국 밸류에이션의 문제로 SSG닷컴이 상장 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라며 "그러나 SSG닷컴은 주관사 선정 이후 IPO에 적극 나서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마트와 신세계가 SSG닷컴 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협조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풋옵션을 피할 수 있는 또 다른 요건인 SSG닷컴의 총 거래액(GMV) 기준을 믿고 안일했다는 평가다.

변수는 SSG닷컴 FI가 이마트 측이 집계한 GMV 수치를 신뢰하지 않는 점이다. 풋옵션이 발동하지 않으려면 지난해 SSG닷컴의 GMV는 5조1600억원을 초과해야 했다. FI는 기준치에 미달했다고 보고 있지만 이마트 측은 이를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자체적으로 풋옵션 요건을 해소했다고 판단해 각 사의 2023년 재무제표에 우발채무가 사라졌다고 작성했다. 덕분에 이마트는 지난해 전년 대비 자본이 증가하고 신세계는 비유동파생상품부채가 감소했다.

주주 간 계약에서 파생되는 옵션을 두고 기업과 FI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례는 작년에도 있었다. SK스퀘어가 11번가의 FI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FI 엑시트가 지연됐다.

물론 SK스퀘어는 콜옵션 미행사 이전에 11번가 매각을 추진하며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 점은 이마트와 다른 행보다. 11번가의 경우 시장 내 암묵적 관행에 변화가 생긴 사건으로 법적 분쟁을 일으킬 요소는 아니었다.

반면 이마트와 신세계는 FI와 분쟁의 소지는 있다. 이마트 측 판단에 따라 SSG닷컴의 GMV가 목표치에 도달했다면 상장을 진행해 FI의 회수 창구를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이런 노력 없이 자체적으로 풋옵션이 해소됐다고 회계 처리를 변경한 점도 무리였다는 평가다.

주주 간 계약 사항에 FI에 동반매도청구권이 보장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FI가 풋옵션을 요청하고 이마트 측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은 이마트와 신세계 보유 주식을 끌어와 SSG닷컴 경영권을 매각할 수 있다. 대주주와 FI의 지분 구성은 7 대 3 비율을 기록 중이다.

오는 5월 1일 FI의 풋옵션 행사 기일이 시작된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자체 풋옵션 해소 논리를 고수하려면 FI를 설득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협상에 실패할 경우 FI에 돌려줄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작년 말 별도 기준 이마트의 현금성 자산은 5209억원, 신세계는 1008억원을 기록 중이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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