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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고위험상품 내부통제 유명무실?…“단톡방 압박, 줄세우기 문화도”
‘은행 고위험상품 판매’ 분석 보고서
판매직원 면담서 “불판 유도 관행 여전”
“고위험상품 판매 KPI 압박 커” 입모아
“내부통제 현실화, KPI 이해상충 개선해야”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고위험상품 관련 은행의 내부통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가운데, 핵심성과지표(KPI) 압박 때문에 불완전판매를 유도하는 구조적 관행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KPI 등 인사관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내부통제와 인사관리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ELS 판매 경험이 있는 4개 시중은행의 실무자들과 심층 면담한 결과 불완전판매를 유도하는 구조적 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고위험상품 관련 제도가 개선되며 해피콜, 녹취 등 가입절차가 엄격해졌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단기 실적 위주의 영업문화를 개선하도록 KPI를 손질하고 금융소비자보호 담당 임원 등이 상품 판매 반대시 판매를 보류해야 한다는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 지적됐다.

면담 대상인 A·B·C·D 은행 판매직원들은 모두 “제도 개선으로 특정 비예금 상품 판매실적을 성과지표로 운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KPI가 고위험상품의 가장 강한 판매 유인책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A·C·D 은행 직원들은 고위험상품 판매 과정에서 KPI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진술했다. A은행 직원은 개인보다 영업점 실적 때문에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었으며, D은행 직원은 단체대화방에서 판매실적 향상을 강요받는 일이 있었다. 실적에 따른 줄 세우기 문화에 따른 정신적 고통으로 약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었다.

D은행의 경우, 현장 실무자들이 H지수 ELS 상품의 위험 경고를 수차례 전달했음에도 신탁부에서 판매를 강행했다는 증언이 있기도 했다. 또 C은행 직원은 신탁부에서 선정해서 판매하는 금융투자상품 종류가 한정돼 있어 불완전판매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토로했다.

김 연구위원은 “불완전판매의 구조적 요인은 내부통제 부실과 인사관리의 부조화에 있다”며 “여전히 유명무실한 상태로 남아있는 은행의 내부통제 장치를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의 인사관리 제도는 판매실적 압박을 받는 판매자가 상품이 지닌 위험성을 축소 설명하도록 유인한다”며 “불완전판매 문제는 은행에게 고도의 도덕성과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KPI제도가 가지는 이해상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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