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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바오 집착? 친중? 공작? 다 틀렸다..감정정화일 뿐[함영훈의 멋·맛·쉼]
자기 나라 태생 판다 눈물로 보낸
미국,프랑스,싱가포르 등 국민도
집착증, 친중, 공작의 희생양인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2000년 7월,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 출생인, 첫 한국산 자이언트 판다이기에, 푸바오에 대한 우리 국민의 애정은 비슷한 처지의 미국, 일본, 프랑스, 싱가포르 국민이 그랬던 것과 같다.

우리 국민은 그 어느나라 국민 보다도 성실하기에 일상과 업무를 충실히 영위하면서 틈 날 때, 여행지를 찾거나, 건강을 도모할 생활 정보를 탐색하듯, 푸바오의 근황에 대한 소식을 마주하면 잠시 멈춰 미소 짓는다.

최근 푸바오를 둘러싸고 보수세력 일각에서 희한한 기류가 감지된다.

중국 방문을 앞둔 홍준표 대구시장은 판다 관련 질문을 받자, “푸바오에 집착하는 분들 속내를 모르겠다. 용인자연농원에 있다가 고향 간 판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른 어느 보수논객은 SNS를 통해 푸바오 등을 포함하는 친중 기사가 난무하고 있다고 했고, 어느 보수 언론들은 푸바오를 둘러싼 여러 현상들을 국제 공작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홍 시장의 핵심코멘트는 모두 틀렸다. 중국은 푸바오의 고향이 아니다. 고향은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이다.

멸종위기동물 중 하나인 자이언트 판다 관련 국제협약에 따라 야생동물 답게 잘 클 수 있는 환경의 원산지에 보내는 것이다.

우리식 필부필부의 표현으로 바꾸면, 푸바오는 엄마의 고향 외갓집에 간 것이다. 엄마의 고향이자 아빠의 고향에서 적당한 배필을 만나, 희귀종의 유지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푸바오에 집착하지 않았다. 매우 정상적으로 일상을 영위하고, 그 어느나라 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국민 답게 여가시간에 책을 보고, 자기계발을 하며, 각종 취미생활을 즐기는데, 수십개의 관심사 중 하나가 푸바오이다.

스포츠 한일전이 있을 때, 경기전 경기중 경기후 숱한 의견과 기사가 쏟아지듯, 푸바오는 지금 그런 상황의 ‘원 오브 뎀’ 관심사이다.

일반적으로, 사전적 의미로, 모든 일상이 정상적으로 영위되고 있는 가운데, 일과 이외의 시간 수많은 활동 중 약 10분 가량 푸바오 검색 좀 해서 “시집갈 준비하는 우리 푸바오 잘 있나”하며 안부를 체크하는 것을 집착이라 표현하지 않는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이 멋진 정책을 발표했다면 그 이슈에 대해 의견을 달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일정한 주기로 체크하는 것을 ‘집착’이라 표현하지 않는다.

푸바오와 관련된 기사가 많다고 해서 ‘친중기사’라고 규정하는 것도 참 치졸하다. 논평할 가치가 없는 소아병적 규정이다. 자기 나라에서 낳은 판다를 중국에 보낼 때 슬퍼하고 근황을 확인하는 미국인, 일본인, 싱가포르인, 프랑스인이 모두 친중인가.

판다외교를 ‘공작’으로 보는 것은 너무 나갔다. 우리는 외교라인이 외교적 목표달성을 위해 호혜적 장치를 마련한다고 해서 공작이라 부르지 않는다. 공작이라는 표현 보다 낮은 수준인 표리부동, 교언영색이라고도 하지 않는다. 미국인, 일본인, 프랑스인, 싱가포르인이 모두 판다외교라는 국제정치공작의 희생양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신라때 인도 아스카 왕조가 지금의 울산 동측사 쪽으로 자기네가 원조인 불교 불상 제작용 선물을 보낸 것을 두고, 누구든 공작이라 하지않고, 그 반대로 외교적 선물로서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게 인지상정이자 상식이다.

하루에 10분 정도 짬을 내 ‘있는 그대로의’ 푸바오, 쌍둥이 바오, 판다가족의 모습을 보며 힐링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감정정화에 득이 되는 일이다.

푸바오가 고국, 대한민국에 있을 때, 강철원 할부지를 꼭 껴안고 있다.

푸바오를 둘러싼 빗나간 시선과 논평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여럿 나온 것에 대해, 두 말 하지 않는다. 성숙한 대한민국 국민답게 우연의 일치라고 접어두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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