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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기술력, 필리핀 국민 삶 개선 위한 투자 ‘화룡점정’ ”
정치인 싱손의 인맥·전략적 사고+복서 파퀴아오의 결단력은 비즈니스 필승 조합
국민 삶의 질 개선이 투자 제1 원칙...K-뷰티 투자도 韓·比 ‘인적 교류’에 방점
위그선·전기 지프니 사업서 시너지 기대...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韓 투자 기회
K-콘텐츠 사업 투자도 고려...민주주의 가치 공유도 양국 협력 강화 자양분될 것
샤빗 싱손 LCS 그룹 회장과 필리핀 복싱선수이자 정치인인 이매뉴엘 다피드란 파퀴아오(왼쪽)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 머큐어 앰버서더 호텔에서 헤럴드경제, 코리아헤럴드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전 세계 많은 나라에 투자해 비즈니스 협력을 해왔지만 최고의 파트너는 단연 한국입니다. 미국이 자타 공인 세계 최대 시장이라지만, 겸손하면서도 관대한 자세로 해외 투자자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자 합니다.”

필리핀 재계 10위권 대기업으로 항공, 건설, 광산 등 14개 계열사를 보유한 LCS 그룹의 샤빗 싱손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호텔 앤 레지던스에서 한 인터뷰에서 해외 큰손 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의 매력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싱손 회장은 필리핀 일로코수수르주(州)의 9선 주지사였고, 현재 필리핀 시장협의회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삶의 질 개선이 투자 제1 원칙”...K-뷰티 투자 사업도 韓·比 ‘인적 교류’에 방점=싱손 회장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K-뷰티’의 무한한 가능성에 베팅, 한국과 필리핀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LCS 그룹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K-뷰티 산업 클러스터’에 투자할 방침이다. 투자 규모는 1500억원 수준으로, 조만간 투자의향서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측에 공식 제출하겠다는 것이 LCS의 입장이다.

필리핀의 복싱 영웅이자 전직 상원의원을 지낸 이매뉴엘 다피드란 파퀴아오(매니 파퀴아오)도 K-뷰티 투자자로서 함께 참여했다. 싱손 회장은 파퀴아오 전 의원이 복싱 선수로서 세계를 제패하기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싱손 회장과 함께 인터뷰에 나선 파퀴아오 전 의원은 “현재 싱손 회장과는 친구 그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는 투자 동반자”라고 설명했다. 싱손 회장도 “복서의 결단력과 정치인의 인적 자산, 전략적 사고가 모두 갖춰진 싱손·파퀴아오 팀은 사업 성공을 위한 최고의 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싱손 회장과 파퀴아오 전 의원이 모두 투자를 결정하는 데 최우선시하는 가치는 바로 ‘사람’이다. 파퀴아오 전 의원은 “수익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 보다 투자한 사업이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가 최우선 조건”이라며 “인적 자원을 개발·성장시킬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인터뷰 중에도 수차례 강조했다.

이번 ‘K-뷰티’ 투자에도 싱손 회장과 파퀴아오 전 의원의 투자 원칙이 뚜렷하게 엿보이는 부분은 바로 한국·필리핀 양국 간의 ‘인적 교류’가 핵심이라는 점이다.

해당 프로젝트가 구체화될 경우 필리핀 교육지원청(TESDA)을 통해 선발된 필리핀 인적 자원이 인천 송도로 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K-뷰티 시스템과 기술 등을 학습하며 전문 인력으로 양성되는 프로그램이 도입될 예정이다. LCS 그룹은 이 과정에서 국내 뷰티업체·대학 등과 해당 프로젝트를 연계하는 방안 역시 고려하고 있다.

K-뷰티 분야를 시작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에 나서 한국·필리핀 양국 간의 인적 교류 통로를 넓혀가겠다는 것이 싱손 회장의 전략이다. 그는 “한국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필리핀이 제공하고, 필리핀은 한국의 선진 기술과 각종 노하우를 배워 본국에 적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위그선·전기 지프니 사업서 시너지...“신재생에너지 사업에 韓 투자 기회”=싱손 회장과 파퀴아오 전 의원은 한국의 앞선 제조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필리핀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투자에 망설임이 없다.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물 위를 나는 비행기’로 불리는 위그(WIG·Wing In Ground)선 개발·생산이다. 싱손 회장과 파퀴아오 전 의원이 투자해 설립한 국내 법인이 지난 2년간의 노력 끝에 위그선에 대한 연구·개발(R&D) 마무리 작업에 들어섰고, 국내 제조 시설에서 이르면 연말께 시제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싱손 회장은 “7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필리핀으로선 공항이나 대형 항만 건설 등에 쏟아부을 자금을 아낄 수 있고, 자체적인 수리·유지비까지 저렴한 위그선 사업은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며 “이미 몰디브나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에서 관광용으로 활용할 제품에 대한 사전 주문까지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성 역시 뛰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현지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 기회 역시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싱손 회장과 파퀴아오 전 의원의 조언이다. 대표적으로 필리핀 서민층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싱손 회장과 파퀴아오 전 의원의 머니 파워가 한국 기업의 뛰어난 기술-제품력과 결합한 대표적인 부문이 ‘전기차(e-모빌리티)’ 부문이다.

노후화로 인해 안전성, 환경오염 등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운행 15년 이상 된 ‘지프니(Jeepney)’를 3년 내 신형 차량으로 의무적으로 교체하는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력으로 제작된 전기 미니버스 ‘e-지프니’가 큰 활약을 할 것이라는 게 싱손 회장의 설명이다.

합승 차량인 지프니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군이 남기고 간 지프차를 개조해 사용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금이 13페소(약 311원)에 불과해 필리핀 전역에서 매일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서민의 발’이자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필리핀의 명물로 통한다.

싱손 회장은 “필리핀 대표 대중교통수단 지프니를 운행하며 생활하고 있는 서민 운전사들이 지방정부의 보증을 바탕으로 목돈 없이 곧바로 신형 전기 지프니로 교체, 순차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 파퀴아오 전 의원과 함께 투자에 나섰다”면서 “필리핀 대중교통 현대화 사업의 한복판에 한국의 앞선 전기차 기술력이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내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한국 기업에겐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는 부문으로 꼽힌다. 전력 공급에 난항을 겪으며 전기료가 매우 비싼 필리핀에겐 태양광, 풍력, 소수력 등에 앞선 기술력을 지닌 한국 기업의 진출이 절실하다는 게 파퀴아오 전 의원의 설명이다. 파퀴아오 전 의원은 “신재생 에너지에 한정해선 외국계 기업이 지분의 10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K-콘텐츠 사업에 투자도 고려...“‘민주주의’ 가치 공유도 양국 협력 강화 자양분”=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JTBC ‘아는형님’ 등 국내 방송사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하며 대표적인 ‘친한파(親韓派)’ 인사로 꼽히는 파퀴아오 전 의원은 K-팝(POP) 등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에 대해서도 투자를 계획 중이다. 그는 “한국 내 콘텐츠 관련 사업자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려 검토 중이며, 실제로 현실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파퀴아오 전 의원의 말에 싱손 회장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할 배우나 K-팝 그룹을 프로듀싱하는 데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거들었다.

파퀴아오 전 의원은 함께 ‘민주주의’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과 필리핀 간의 협력 관계를 더 굳건히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과정에서 파퀴아오 전 의원은 “필리핀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참전해 한국과 함께 공산주의의 침략에 맞서 싸운 역사를 갖고 있다”고도 짚었다.

최근 군사적 도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필리핀은 물론, 다른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싱손 회장과 파퀴아오 전 의원은 확신했다.

싱손 회장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이 충분히 지켜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고, 파퀴아오 전 의원은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평화를 유지하고 지켜내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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