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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쉬인, K-패션에 러브콜…상생일까 위협일까 [언박싱]
쉬인, 韓 패션 브랜드에 입점 제안
美 패스트패션 삼킨 패션공룡 쉬인
내년 자라·H&M 매출 돌파 전망도
중국의 패션 이커머스업체 쉬인. [쉬인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중국의 패션 이커머스 쉬인(SHEIN)이 최근 국내 주요 SPA(제조·유통 일원화) 패션 업체 한 곳에 입점 제안 목적의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알리익스프레스가 CJ제일제당 등 한국 식품기업을 입점시키며 사업을 확장한 것처럼 한국 패션기업을 품어 판을 키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쉬인은 국내 주요 패션업체인 A사를 비롯해 복수의 한국 브랜드를 접촉해 입점을 요청 중이다. 한국 패션업체가 입점 또는 쉬인과 협업할 경우 플랫폼의 상품 경쟁력과 인지도 상승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미팅을 진행한 것은 맞다”면서 “다만 어떤 내용으로 논의가 오갔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H&M, ZARA, 유니클로 등을 넘어 이른바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세계를 연 쉬인은 지난해 2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최소 300억달러(약4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은 쉬인의 매출이 내년 58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자라와 H&M의 연간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다.

쉬인의 특징은 빠른 신제품 생산 기간과 성장세다. 상품 기획에서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5~6일에 불과하다. 자라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보다 빠르다. 24시간마다 업데이트하는 신상품 개수는 6000여 개다. 말 그대로 멈추지 않는 세계의 의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쉬인의 미국 현지 내 패스트 패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2%에서 2022년 11월 말 50%로 급성장했다.

쉬인의 야심은 이제 한국을 향하고 있다. 2022년 12월 한국에 쉬인이 법인(쉐인서비스코리아)을 세울 당시와 분위기도 달라졌다. 당시 한국 법인 설립 목적에는 의류를 포함해 스포츠, 문구, 장식, 가구 및 화장품 판매를 비롯해 브랜드 인큐베이팅 서비스와 물류창고, 택배서비스업이 포함돼 있다. 한국의 패션브랜드와 디자이너를 발굴해 해외로 판매시키는 사업도 가능하다.

쉬인의 디자이너 양성 프로그램 쉬인X 관련 사진 [쉬인 홈페이지]

그 중심에는 강력한 자본력이 있다. 쉬인은 2021년부터 2년 동안 20여 개국, 3000명의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프로그램 ‘쉬인X’에 5500만달러(약758억원)를 쏟아부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젊은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2만5000개가 넘는 디자인과 2000개 컬렉션을 선보였다.

업계는 수십명의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제품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한국인 디자이너와 협업 확대 가능성에 한 현직 패션 디자이너는 “쉬인을 통해 판로를 확보하려는 디자이너에겐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독점계약 같은 독소 조항에 발목이 묶이는 걸 우려하는 디자이너들도 많아 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고 전했다.

쉬인의 원피스들. [쉬인 캡처]
쉬인의 디자이너 양성 프로그램 쉬인X에 30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하고 있다. [쉬인 홈페이지]

향후 쉬인은 한국 패션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공동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쉬인이 지난해 미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포에버21 모회사인 스파크그룹(SPARC Group)의 약 3분의 1을 인수하고, 이후 포에버21과 협업한 자체 컬렉션을 선보인 방식이 유력하다.

쉬인 외에도 중국 이커머스의 K-패션 전략은 광범위하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가 한국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에 1000억원대 투자를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패션기업에 투자할 경우 한국 고객에 대한 이해와 디자인 노하우, 그리고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다.

쉬인이 2022년 11월 도쿄에 연 쇼룸. [쉬인]

무신사, W컨셉 등 국내 패션 플랫폼의 위기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직 한국 내 인지도가 낮지만, 쉬인X 등 자체 디자인으로 프리미엄 패션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브랜드를 성장시키려는 업체들에 쉬인이 상당히 매력적인 플랫폼인 건 사실”이라며 “다만 헤리티지를 갖고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키우려는 업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미지나 경쟁력이 훼손될 위험도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이커머스가 패션 부문을 키우면서 발생하는 가품 문제도 관건이다. 실제 지난달 무신사를 비롯해 40여 개 한국 중소 패션 브랜드들은 가품을 막기 위한 브랜드지식재산권보호협회 활동을 시작했다. 협회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성장에 따라 상표권 침해나 유사 디자인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업체들이 많아 정부와 협업해 보호할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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