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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메타]이순신 장군·세종대왕 동상의 목욕 장면…가림막은 왜 없었을까?
16일 세종대왕, 17일 이순신 동상 세척
세척 4단계로 진행…목욕 장면 연상시켜
세척기로 이물질 제거-부드러운 천 닦기
메탄올로 이물질 제거-벗겨진 코팅 재코팅
정작 동상 세척 위해 가림막 설치한 적 없어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척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시는 지난 16일 오전 9시~17일 오후 6시 이틀간 전문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척했다.

서울 도심 한 가운데에서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동상의 봄맞이 목욕은 시원하게 진행되었다. 목욕 장면이 모두 공개된 두 위인들의 동상께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감상이 드는 건 왜일까.

시는 세척 작업을 통해 겨울 동안 동상에 쌓인 미세먼지와 묵은 때를 벗겨냈다.

세척 작업은 총 4단계로 이뤄졌다.

1단계는 물과 중성세제를 섞어 저압 세척기로 먼지와 이물질을 제거하기.

2단계는 부드러운 천을 이용해 동상 표면 닦기.

3단계는 메탄올을 써서 아직 남은 먹지나 녹, 이물질을 추가로 제거하기.

4단계는 동상의 표면 코팅 상태 점검과 벗겨진 부분 다시 코팅하기.

16일 오전 9시~오후 6시는 세종대왕 동상을 세척했고, 17일 같은 시간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작업했다.

동상 세척은 마치 사람이 목욕하는 장면과 엇비슷해 보인다는 취지에서 시는 두 동상이 봄을 맞아 목욕하는 시간이라고 안내했다.

두 동상이 세워진 곳은 하루에 수천 대의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국가 상징대로의 한 가운데. 당연히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두 명의 역사적 위인이 목욕하는 장면은 분명히 볼거리다. 어떤 사람은 재미 있게, 또 어떤 사람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들의 목욕이 진행되는 사실에 살짝 낯을 붉히기도 한다.

시가 과거 광화문광장 동상에 가림막을 설치한 적은 두 번 있었다.

2010년 12월 이순신 장군 동상 보수를 위해 동상을 다른 데로 옮기고 원래 동상이 있던 자리에 ‘탈의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설치했던 가림막이 하나이고, 2020년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를 할 때 동상에 가림막을 씌운 게 둘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 이후 48년 만에 처음으로 동상을 옮기며 설치한 작품.[연합]

첫 시도에서는 ‘탈의중’이라는 문구가 너무 기발하다며 시민들 사이에 폭발적인 호응이 일었다. 시는 이런 여론을 반영해 11월 14일 보수 작업에 들어간 이순신 장군 동상이 원래 자리에 돌아오는 12월 22일까지 ‘탈의중’ 가림막을 유지하기로 한다.

당시 조사 결과 시민 500명 중 ‘탈의중’ 가림막을 그대로 두자는 의견은 316명(63.2%)에 달했다.

그대로 두자는 시민들은 ‘재미있다’, ‘신선하다’, ‘독창적이다’,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결국 시는 한 달이 넘는 이순신 장군 동상의 부재 기간을 ‘탈의중’이라는 유머 섞인 작품 하나로 훌륭히 극복했다. 이때 이순신 장군 동상은 1968년 4월 건립 이후 42년 만에 처음으로 그 자리를 떠난 것이었다.

이후 2020년 광화문광장의 동상에 또 한 번 가림막이 쳐졌다.

시는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를 2020년 11월 시작해 2022년 8월 마무리했다. 이 기간 광화문광장 동상에 가림막을 쳤다. 공사 과정에서 행여나 동상이 해를 입을까봐 안전상, 미관상의 문제로 설치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 번은 동상 보수 작업, 한 번은 광화문광장 재조성 작업 때문에 동상에 가림막을 설치한 것이다. 세척 작업을 위해 가림막을 설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시 관계자는 “세척할 때는 사다리차에 사람이 타는 바스켓을 달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장비를 들고 작업을 한다”며 “이 작업을 하는데 가림막을 치면 제대로 세척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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