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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달러’에 은행권 실적 ‘비상등’…외화부채 5년 새 100조원↑[머니뭐니]
주요 은행 외화부채 ‘300조원’ 육박…5년 새 100조원↑
‘강달러’ 현상 가속화…은행 외환거래 손실 우려 가중
환율 급등한 2022년 3분기, 4대 은행서 6000억원 손실
외화 유동성 우려도…은행권 “관련 위험성 크지 않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에 육박하는 ‘킹달러’에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은행의 외화부채가 5년 새 100조원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 시기에 만기가 도래할 경우 지난 2022년과 같이 분기별 수천억원대의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지어 ‘강달러’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하며, 은행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은행권 외화부채 300조원 육박…‘강달러’에 손실 위험↑

19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은행이 보유한 외화부채 규모는 총 2140억달러로 5년 전인 2018년 말(1391억달러)과 비교해 749억달러(한화 약 100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환율로 295조7480억원으로 300조원에 육박한다.

은행권은 유동성 확보 및 해외 투자 등 목적으로 외화자금을 꾸준히 불려왔다. 기업의 외화대출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불시에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급격한 원·달러 환율 증가세가 나타날 경우, 막대한 규모로 조달한 외화는 되레 외화 관련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외화부채 상환 시 발생하는 외환차익이 커지는 데다, 결산일의 외화부채 평가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모습.[연합]

최근 ‘강달러’ 현상이 빚어지며, 은행권 실적 하락이 전망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이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15원 넘게 급등하며 1400원 선을 건드렸다. 장중 1400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11월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등 진화 조치가 나타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날 또한 1370~1380원대를 넘나들며, ‘강달러’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이 보유한 외화 중 달러의 비중은 가장 높다. 아울러 최근 나타난 원화 가치 하락폭은 다른 통화에 견줘 유난히 가파른 편이다.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7개월 연속 오른 원/달러 환율 상승분은 16일 고점 기준 52.9원(3.93%)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다른 통화는 ▷중국 위안화 0.05% ▷일본 엔화 1.76% ▷유로화 2.27% 등에 불과했다.

실제 달러 가치가 1440원대까지 폭등하며 원화 가치가 폭락했던 지난 2022년에도 은행권의 외환 손익이 가시화된 바 있다. 2022년 1분기 말 종가 기준 1214원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2022년 2분기 말 1287원으로 73원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외환거래손익은 마이너스(-) 2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이 1439원(3분기 말 기준)까지 약 150원 상승했던 3분기 4대 은행 손실액은 6132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달러 이어지나” 환율 손실에 ELS까지 실적 하락 우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

은행권에서는 무엇보다 강달러 현상의 지속성을 경계하고 있다. 현상이 장기화될수록 환차손을 유발하는 부채 상환 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과 마찬가지로 상반기 중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수천억원대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따른 자율배상액 지출이 2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비경상적 손실이 누적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환율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환율 급등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수출이 양호한 상황인 데다, 국내 경제 펀더멘탈(기초 체력)에 의한 환율 변동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계속 지연될 경우 강달러 현상을 피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3분기로 밀리고 금리 인하 횟수가 2회로 제한되며,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한편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은행들이 외화유동성 공급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관련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유동성 지표인 외화유동성보장비율(LCR)은 지난해 말 기준 153.8%로 규제 기준(80%)을 두 배가량 웃돌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22년의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국내 자본시장 불안정 요소가 대두하며 환율 상승세가 가팔랐고, 이에 따른 외환손익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2022년과 비교해 지금의 환율 상승은 완만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외화표시채권 발행 등을 통해 불안 상황을 대비한 만큼, 이전에 비해 리스크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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