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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만에 보수험지 탈환 ‘재섭이형’...“난 형이 잘 될거라 믿었어”
국힘 서울 도봉갑 당선인 김재섭
교내잔디 설치 공약 중고생 인기
산 정상·헬스장 구석구석 누벼
“정권 심판론에 매일 가슴 철렁
항상 지역 위한 소신 말하겠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구갑 당선인이 16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서울 도봉구 선거사무실 홍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뭐라도 해 봐야죠.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죠.”

4·10 총선에서 보수 정당의 험지인 서울 도봉구 갑 지역구에서 당선된 김재섭 당선인이 16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한 이 말은 그의 성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 당선인은 ‘22대 국회 개원 후 초선 의원 간 모임이나 역할을 기대해도 되겠는지’ 묻는 말에 이 같이 답했다. 김 당선인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서울 도봉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이후 4년간 ‘뭐라도 하기 위해’ 움직였다. 치열한 4년을 보낸 김 당선인은 결국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098표(1.16%포인트) 차로 꺾고 험지에서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도봉구 맞춤 공약에 “형 진짜지? 아빠한테 말할게”=김 당선인은 21대 총선 낙선 후의 삶도 오직 ‘도봉구’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당에서 내려온 현수막을 단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우리 동네에 맞지 않는 내용이었다”며 “저는 주민한테 불필요한 내용이면 아무리 당에서 당무감사를 하고 공천을 안 준다 해도 달지 않는다. 무조건 우리 주민한테 도움이 되는 내용만 달았다”고 말했다.

도봉구의 ‘맏아들’이 된 김 당선인은 도봉구 내 중·고등학생에게도 인기가 높다. ‘형 국회의원 당선되면 학교에 잔디 깔아준다. 도봉구만’이라며 내건 그의 총선 공약은 학생 사이에도 퍼졌다. 김 당선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형 진짜지? 아빠한테 말할게”, “매점도 만들어줘요” 등 자신의 학교 이름을 말하는 학생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김 당선인은 선거 기간 전에도 “형, 자전거 타는데 여기 도로가 꺼져 있어요” 등 학생들의 민원을 받으면 즉각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에게 얘기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얘기했던 ‘교내 잔디 설치’는 그의 핵심 공약이 됐다. 당선 이후 그의 SNS에는 “형아 당선 진짜 완전 축하해”, “형 나는 형이 될 거라고 믿고 있었어” 등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김 당선인은 선거 기간 ‘득근(근육을 얻음)’이 아닌 ‘득표’를 위해 헬스장을 찾기도 했다. 헬스장 내에선 선거운동이 불가능해 따로 선거운동을 하진 않았지만, 빨간색 옷을 입고 운동을 하는 그를 유권자가 알아봤고, SNS를 통해 인사를 남겼다. 또 김 당선인은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초안산 정상까지 오르기도 했다. 산 정상에서 그를 만난 유권자는 “뭐 여기까지 왔어”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거센 정권심판론에 매일 철렁...늘 소신 말할 것”=김 당선인은 또 ‘정권심판론’ 바람이 거세게 불던 때에는 빨간색이 아닌 하얀색 외투를 입고 선거 운동에 임했다. 김 당선인은 “하얀 옷을 입는다고 국민의힘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흰 옷을 입은 건 ‘저는 다르게 하겠습니다’, ‘정부 여당과 뜻이 다른 경우에도 지역을 위한 제 소신을 이야기하겠습니다’란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 당선인은 ‘선거 기간 가장 조마조마했던 순간’에 대해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논란’과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출국’, ‘의대 증원 관련 대통령 담화’ 등의 순간을 꼽았다. 김 당선인은 “이후 지지율이 팍팍 빠지고 매일매일이 철렁했지만 그럴수록 한 분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바깥으로 열심히 돌았다”고 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4년간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묻는 말에 “불안함을 견디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당선인은 “당선 여부는 아무도 모르지 않나”라며 “게다가 험지고, 낙선한다면 또 4년간 백수로 지내야 하는 그런 불안감들을 견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김재섭 모델 연구해 다음 선거 준비하자” 목소리도=보수 정당 후보가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된 건 2012년 19대 총선 이래 12년 만이다. 더욱이 서울 도봉갑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높았던 지역 중, 유일하게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지역구기도 하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재섭 모델을 연구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당선인을 향한 당의 기대 역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김 당선인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그게 제일 우울하다”며 “원인은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국민적 비판, 그에 따른 소통 부재 등 대통령에 대한 심판 여론이 굉장히 높았던 상황에 우리 정부·여당이 그걸 피해 나갈 역량과 공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1987년생으로 올해 36세인 김 당선인은 최근 떠오르는 이른바 ‘30대 기수론’에 대해선 “그만큼 우리 당이 절실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청이라고 보고 그 책임에 대해서도 무겁게 느낀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얼마든지 할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그게 당 대표냐고 하시면 당 대표는 아직 과분한 자리다. 좀 더 배울 게 많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김재섭이란 사람을 크게 쓰고 싶단 국민적 열망에 대해선 아주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정치를 할 때 새겨서 열심히 정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현 기자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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