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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영건설 대주주 지분 확대에 ‘뒷말’…“자구노력 인정해야”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 30일 의결 계획
대주주 출자전환 따른 지분상승에 비판도
“금융사 출자전환시 자본적립 부담 커” 반론
물류계열사 2곳 처분, 에코비트 매각도 진행
산은 “대주주 경영책임 이행 원칙 확립”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여의도사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한 자본확충을 추진하면서 대주주 지분이 50%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두고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알짜 계열사까지 정리하는 자구노력의 결과라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방안을 골자로 하는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을 19일 금융채권자협의회에 부의하고 이달 30일 의결할 계획이다.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은 대주주 주식은 100대 1, 기타주주는 2대 1로 차등화해 무상감자를 실시하고, 대주주와 금융채권자가 각각 기존채권의 100%, 무담보채권의 50%를 출자전환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한 대주주 지분이 41.8%(티와이홀딩스 27.8%, 윤석민 회장 10.0%, 윤세영 창업회장 1.0%, 윤석민 회장 배우자 3.0%)에서 60%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무상감자를 진행하면 지분이 줄어드는 대주주의 지위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지만, 태영건설은 출자전환에 대주주가 참여함으로써 지분율이 상승하는 케이스다. 출자전환 참여규모는 태영건설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4000억원으로, 금융채권자(2395억원)보다 많다.

대주주의 의결권·경영권 행사가 제한되는 워크아웃 기간이 종료되면, 대주주의 지분이 늘어난 만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란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과거 금호산업이나 쌍용건설, 대우조선해양 등은 출자전환 이후 최대주주 지위가 채권단으로 넘어갔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워크아웃의 원칙인 ‘대주주의 자기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관점에서 대주주의 출자전환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건설업 환경이 어두운 상황에서 태영건설의 대출채권을 주식으로 선뜻 전환하려는 금융채권자가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출자전환 이후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 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잖았다. 바젤Ⅲ 기준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산출기준을 보면, 기업 익스포저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신용등급에 따라 20~150%인 반면, 상장주식은 250%, 비상장주식은 400%나 된다. 위험가중치 상승에 따른 추가 자본적립 부담을 고려하면, 대출채권 그대로 보유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설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은 원금 회수가 최우선 목표지, 100원이라도 더 출자전환하고 싶은 곳은 없었을 것”이라며 “주식은 위험가중치도 높은 데다 향후 주가 흐름상 원금 회수 가능성도 낮은데 나설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위기를 넘기기 위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납입 ▷에코비트 매각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의 자구책을 내놨고,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윤세영 창업회장 등이 보유한 SBS 지분 및 티와이홀딩스 지분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후 태영그룹은 물류 계열사인 태영그레인터미널 지분도 모두 처분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포함한 3349억원을 태영건설에 납입 완료됐다. 몸값이 2조~3조원에 달하는 에코비트도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하는 등 매각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태영인더스트리와 태영그레인터미널 매각을 통해 태영그룹 계열사 수는 82개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태영건설에 수혈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량 자산을 추가로 내놓을 경우, 태영그룹의 덩치는 더 줄어들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혈세 낭비, 채권단 자금을 넣으면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주주가 경영책임을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알짜 계열사까지 팔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한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영건설의 59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해 PF 대주단은 상당수는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되, 토지매입(브릿지) 단계에 있는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해 신속하게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업장 처리 과정에서 대주단이 태영건설에 청구 가능한 손실분(보증채무 이행청구권)은 출자전환, 상환유예 및 금리인하 등을 통해 우발채무를 해결하기로 했다.

산은은 “기업개선계획과 PF 사업장 처리방안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자본잠식 해소, 수익성 개선 및 유동성 확보로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대주주가 가용 가능한 자산과 역량을 태영건설의 정상화에 신속하게 투입하도록 함으로써 경영책임 이행의 원칙을 확립하고 금융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손실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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