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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끔찍하고 악의적이야!” 처칠 격분, 불태워진 초상화 습작 경매로…예상가 봤더니
그레이엄 서덜랜드가 그린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초상화 습작. [EPA=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나를 천사처럼 그릴 것인가, 불도그처럼 그릴 것인가?" (윈스턴 처칠)

"그건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달려있지요." (그레이엄 서덜랜드)

영국 화가 그레이엄 서덜랜드(Graham Vivian Sutherland·1903~1980)가 그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사연 많은' 초상화 습작이 오는 6월 경매에 부쳐진다.

16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서덜랜드가 그린 처칠의 초상화 습작이 6월6일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모습을 보인다.

이 그림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지난 1954년 11월, 영국 의회는 처칠 총리의 팔순을 앞두고 당대 유명 화가 서덜랜드에게 초상화를 의뢰했다.

처칠은 본인 또한 그림에 조예가 있었기에, 서덜랜드의 작업에 거듭 관심을 보였다.

처칠이 당시 서덜랜드에게 자신을 천사처럼 그릴 건지, 불도그처럼 그릴 건지 묻고 서덜랜드가 처칠에 대고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고 답한 일화는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처칠은 서덜랜드의 작업 중간에 자꾸 작품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한다.

그런 그는 나중에 완성작을 보고선 "끔찍하고 악의적"이라고 분개했는데, 이를 놓고 자신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음모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자기를 우울하고 노쇠한 모습으로 그린 데 대해 "현대미술의 놀라운 예"라고 비꼬듯 말했고, 보수당 고위 인사들도 이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결국 처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죄로 이 초상화는 영국 의사당에 걸리지 못했다. 그의 자택으로 옮겨져 지하실에 처박혀야 했다.

처칠은 그림에 얼마나 실망했는지 완성작을 본 뒤 의회에서 열린 제막식에 불참할 뻔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여가 흐른 후, 처칠의 개인 비서가 이 초상화를 불태워버렸다. 이는 부인 클레멘타인 여사의 지시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크라운'에서는 클레멘타인 여사가 화염에 둘러싸인 초상화를 지켜보는 것으로 나온다.

서덜랜드는 초상화 제작을 의뢰받아 처칠의 저택에서 몇 개월간 작업하는 동안 스케치와 유화 연습 작품을 몇 점 그렸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습작은 이들 중 하나다.

서덜랜드가 미술상 앨프리드 헥트에게 준 것으로, 헥트가 이를 소장했다가 현재 소유주에게 물려줬다고 한다.

안드레 즐라팅거 소더비 영국·아일랜드 현대미술국장은 "이 작품이 완성작보다 처칠이 비치기를 바랐던 덜 근엄하고 더 부드러운 면모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오는 21일까지 코츠월드 블레넘궁 내 처칠이 태어난 방에 걸린다. 이후 5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소더비 뉴욕에서 일반 공개된다. 그런 다음 소더비 런던에 전시된 후 경매에 오를 예정이다.

소더비는 이 작품이 50만~80만파운드(약 8억7000만~14억원) 사이 낙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런던 출신의 서덜랜드는 초상화와 풍경화, 삽화 등을 특유의 환상적인 표현으로 그린 화가다. 날카로운 심리 묘사 또한 강점이었다.

대표작은 처칠의 초상화 말고도 '그리스도 책형도' 등이 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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