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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단지 내 ‘빈땅’ 40년 무단 사용한 유치원…법원 “변상금 18억 정당”
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아파트 단지 내 유치원을 운영하던 부부가 인근 서울시 소유 빈땅을 수십년 동안 유치원 놀이시설로 사용하다 변상금을 부과받았다. 부부는 “자신들의 땅인줄 알았다”며 변상금 부과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상금은 사용 허가나 계약 없이 국유 재산을 사용·점유한 자들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정상규)는 최근 부부 관계인 A씨와 B씨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상대로 제기한 변상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와 B씨 부부는 1978년 서울 압구정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부지와 건물을 분양받아 40년 넘게 유치원을 운영했다. 원고는 유치원 부지 인근에 펜스가 설치된 땅 내부를 모래놀이 시설, 미로 공원, 수영장 등 놀이시설로 사용했다. 하지만 실제 소유주는 서울시였다. 부동산 개발사였던 C사가 1979년 펜스 내 부지를 포함한 아파트 내 일부 땅을 근린공원 용지로 기부채납했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로부터 시유지의 관리·처분 사무를 위탁받은 SH는 부부가 2021년 11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펜스 내 부지를 무단 점유·사용했다며 변상금 18억여원을 부과했다. 부부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위는 2016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동안 기간에 부과된 변상금은 소멸시효가 다했다며 일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변상금 부과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부부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978년 분양 받을 당시 부동산개발사인 C사로부터 ‘펜스 내 부지가 유치원 부지’라는 설명을 들어 해당 토지를 부부의 땅으로 인식했다는 취지다. 또 서울시가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후 약 40여년간 부부의 토지 사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사실상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봐야한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SH의 손을 들어줬다. 민법 상 20년 이상 ‘점유’가 인정되면 등기를 통해 부동산 소유권을 가져갈 수 있지만, A씨 부부 사례의 경우 ‘무단점유’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A씨 부부가 재판부는 “C가 펜스 내 부지를 유치원 부지로 안내했다거나 서울시가 무단점유를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들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무단점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서울시가 40년 동안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은 사실 또한 처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유재산의 점유·사용을 장기간 방치한 후 변상금을 부과해도 절차적 정의와 신뢰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 점유자의 사용·수익 권원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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