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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 성문화가 어떤 역사·문화적 맥락?[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은 성(性)과 관련된 팩트보다는 문화와 역사와 함께 접근하면 이해가 쉽다. 헤드라인이 "유럽은.. 다르다!'인데, 그 다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역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게 보면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은 우리와는 많이 다른 그들의 문화적인 맥락을 이해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두 MC인 신동엽과 성시경은 네덜란드의 홍등가와 독일 베를린의 나체주의스포츠협회와 혼탕 문화 등을 체험한다. 나체를 섹슈얼한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베를린은 독일의 다른 도시와 달리 거의 모든 타자들의 문화가 유입되는 곳이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19금 섹스 라이브쇼가 총 10개 장르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부모를 모시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두 MC는 또 ‘전자 서방’ 우머나이저를 생산하는 베를린 본사를 방문했다. 쾌락일지에는 사용하고 난 후의 느낌과 진도, 강도를 쓴다. SM 플레이 스튜디오에 들어가 안대를 쓰며 체험을 하기도 한다.

이른바 'BDSM'〈속박(Bondage)과 훈육(Discipline), 지배(Dominance)와 굴복(Submission), 가학(Sadism)과 피학(Masochism)〉성적 성향〉으로 불리는 특이 성적 취향도 취재했다. 주인과 노예 등 상하관계의 상황극을 통한 페티시 플레이를 두 MC가 경험했다.

신동엽과 성시경도 암스테르담 홍등가를 체험(?)하며 다소 놀라는 듯 했다. 여기는 연 2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홍등가를 옮기자는 안도 나왔지만 음지화를 막는 게 우선이다. 암스테르담 시장은 "홍등가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 행위를 근절하려고 한다"고 한다. 이들은 홍등가를 없애려는 게 아니라 산업화, 합법화를 시켜놓고 부정적 요인들을 제거하려는데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인식 PD는 "그 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오픈 마인드가 아니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이 곳은 국경이 잘게 쪼개져, 국경을 통해 많은 것들이 오간다. 어떤 것을 막는 것보다는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다른 것에 대해 인정하거나, 뭐라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는 세계 최초 타이틀이 많다. 2000년 세계 최초 성매매 합법화, 2001년 세계 최초 동성혼 법제화. 뿐만 아니라 2002년 법적으로 허용된 존엄사(안락사와 조력사망)와 대마초, 임신중절 등도 오래전부터 허용하고 있다.

지난 2월, 93살 동갑내기 부부였던 드리스 판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와 아내인 외제니 여사가 동반 안락사한 사건은 크게 주목받았다. 부부 둘 다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였다. 네덜란드에는 커피숍이 대마초를 피는 곳이다. 진짜 커피를 마시려면 카페를 가야 한다.

네덜란드는 왜 오래전부터 성매매, 동성혼, 트렌스젠더 등을 합법화시켜 줬을까. 그건 국가가 이래라저래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유럽이지만, 왕조 문화가 오래된 영국, 프랑스, 스페인과는 다르다. 후자는 왕(과 귀족)이 백성을 어떻게 다스릴지에 대한 머리를 굴리면서 법과 관습이 생겼다. 그러니 왕 또는 국가가 주인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왕보다는 귀족이 자리를 잡아 공국(公國)이나 공화국 형태를 취한 네덜란드는 국민이 나라를 만들었다.

이원복 교수는 "네덜란드는 군주가 주인이 아니라, 국민이 원래부터 주인이었다"면서 "나라가 국민을 통치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서포팅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86세로, 31년간 재위한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선왕은 "나는 국가경영의 CEO, 국가의 존재는 기업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베네룩스 3국은 원래 한 나라다. 벨기에는 가톨릭, 네덜란드는 신교도들이 많았다.

영국에서는 6번이나 결혼하려고 수장령을 내리고 종교를 바꾼 헨리 8세와 그의 딸들인 메리 여왕과 앨리자베스 1세 등이 신교도들을 박해했다. 퓨리탄 프로테스탄트(청교도) 신교도들은 아메리카 신대륙 또는 유럽 본토로 박해를 피해 달아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네덜란드 주위로 모여들었다. 프랑수아 1세의 잔인한 탄압을 받은 프랑스 신교도(위그노)와 네덜란드 신교도들(거지 나부랑이들을 의미하는 '고이센' Geusens), 유대인까지 네덜란드로 합류했다.

이원복 교수는 "개신교도인 이들은 돈 많고, 실력 있고, 지식 있는 사람들이다. 인재들이 제발로 네덜란드로 들어왔다. 르네상스도 네덜란드가 가장 먼저 꽃피웠다"면서 "네덜란드는 법이 트렌드를 앞서나간다. 터부가 없는 나라다.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으로 앞서나간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교도들로 구성된 네덜란드인은 통상(커머스)에 능하다. 네덜란드는 영국과 4차례의 전쟁(영란전쟁)에 패해 제해권을 상실했지만, 교역을 위해 나라 밖으로 나왔다. 말라카 해협 북쪽은 모두 영국 지배를 인정하고 그 남쪽에 있는 인도네시아를 거쳐 일본 나가사키까지 왔다. 개방성은 네덜란드인이 가진 가장 큰 무기다.

김인식 PD와 윤신혜 작가는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을 제작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시즌1인 일본편부터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서의 성문화가 우리에게 어떤 문화적 맥락으로 와닿을 것인가를 생각했다. 사전 답사도 3차례나 했다. 교육적인 부분이 강화되고, 재미가 떨어져도 게의치 않았다. 마냥 흥미로만 다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화와 재미는 더욱 다각도로 제시될 수도 있다. 윤신혜 작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물음표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 한국의 성문화가 어디까지 와있는지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인식 PD는 "시즌3까지 하면서 성에 대한 확장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이라는 소재를 예능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들이 나왔다. 성을 어떻게 예능으로 다루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성을 진지하게만 다루는 게 문제라는 쪽도 있었다"면서 "그래서 성을 표준값에 맞춰 제작했다. 그런데 표준에 대한 견해도 다 다르게 나타나 쉽지 않았다"고 한다.

네덜란드와 독일 베를린에서는 성문화를 예능으로 다룰 것이냐, 진지하게 다룰 것이냐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문화적으로 제작된 콘텐츠는 스스로 수용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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