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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재 남아 당근에 팔아요” 정부 사교육 잡는다는데…강남 학원들 수강료 대신 교재비 ‘꼼수’ 인상
신학기 학원들 교재비 인상
학부모들 “매달 수십만원 강매”
교재비 인상은 법적 제한 없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1일 한 중고거래 사이트, 강남 소재 유명 입시학원들 이름이 명시된 모의고사와 문제집이 연달아 게시돼 있다. 이날 자정부터 올라온 판매글만 100여개에 달했다. 가격은 모의고사 기준으로 한 부당 적게는 2000~3000원선. 지난해 학원에서 배부한 모의고사 31부를 묶어서 판매한 경우 21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이는 사실상 ‘강제’에 가까운 입시학원들의 교재비 판매 때문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호소다. 한 학부모는 “학생이 도저히 다 풀 수 없는 분량으로 교재를 파는데 일부만 사거나, 사지 않는 선택지는 없다”며 “남는 교재는 아이들이 용돈벌이 삼아 팔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 배제를 필두로 정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강남을 중심으로 하는 대형 학원가 학부모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일부 학원들은 신학기를 기점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인상 제한이 있는 수강료 대신 교재비를 이용한 ‘꼼수’ 인상도 계속되는 가운데, 대량의 교재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학원 지침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1일 한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 강남 입시학원 사설 모의고사 교재 판매글이 게시돼 있다. [인터넷 사이트 캡처]

최근 강남 학원가를 관할하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는 “입시학원들 교재비 부담이 너무 심하다”는 취지의 민원이 쏟아졌다. 강남 소재 유명 학원들이 신학기를 기점으로 교재비와 일명 ‘콘텐츠’로 불리는 모의고사 등 수업 자료 가격을 올리면서다.

학부모들의 민원 내용에는 교재를 구매해야만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거나, 대량의 교재를 무조건 모두 구매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 학부모는 “수 일에 한 번씩 결제 문제가 와서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내고 있는데 1년 내내 이렇게 지속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했다.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물가 인상 때문에 불가피하게 인상했다”고 했다.

이렇듯 교재비 금액은 학부모마다 다르지만 수십만원을 훌쩍 넘는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3월에 교재비와 모의고사로만 50만원이 나갔는데, 수능이 다가오면 100만원을 우습게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어 걱정이 크다”며 “부담이 너무 커 집에만 쌓이고 있어,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있는지 문의했더니 그러면 강의도 들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수능이 치러지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모의고사 등 교재 분량이 더욱 많아져 부담도 더욱 커진다는 게 학부모들의 호소다.

교재비를 이용한 학원들의 이같은 ‘꼼수’ 인상은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현행법상 교재비 금액이나 인상 폭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수강료의 경우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별로 매년 ‘수강료조정위원회’를 열어 인상 폭 제한을 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 등을 조정해 학원들이 수강료를 높게 올리지 못하도록 억제하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모의고사 등 교재비의 경우 금액을 제한할 수 없는 규정이 없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등학생 사교육비 총액은 총 2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특히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전년 대비 8.2% 늘면서 증가세를 이끌었다, 증가율은 지난 2016년(8.7%)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사교육비 총액 규모는 2021년(23조4000억원), 2022년(26조원)에 이어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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