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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불호령에 늘렸던 신입채용 다시 뚝↓…채용 문도 닫은 은행들[머니뭐니]
주요 시중은행, 올해 신입채용 규모 대폭 줄여
지난해 ‘돈 잔치’ 비판에 늘렸지만 ‘반짝’ 효과
“은행별 최대 1조원” 홍콩 ELS發 배상액 지출도
“올해 리스크 및 비용 관리에 중점을 둘 것”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정부·여론의 사회공헌 압박이 지속되며 지난해 신입채용 규모를 늘렸던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채용 인원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권의 ‘돈잔치’를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채용 확대가 ‘반짝’ 현상에 그친 셈이다.

주요 은행들은 전반적인 실적 하락세가 우려되는 가운데, ‘비용감축’의 필요성이 커진 영향이라는 입장이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규모가 은행별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실적 방어를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반짝’ 늘었던 은행권 신입채용 ‘절반’으로 뚝↓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입 공개채용 규모는 전년 대비 일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각각 250명의 신입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채용 규모는 ▷신한은행 100명 ▷하나은행 150명 ▷우리은행 180명 등으로 최대 6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경우 아직 상반기 채용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불과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은행권은 전년 대비 대폭 확대된 규모의 채용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와 여론의 사회공헌 압박이 지속되면서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지난 2022년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대규모 성과급과 희망퇴직금 지급에 나서며 ‘돈잔치’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의 ‘돈 잔치’ 대책을 마련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20개 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약 2200명 규모의 채용을 실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742명가량 늘어난 수치다. 2021년 상반기 중 신입 공개채용을 통해 500명을 모집했던 4대 은행의 신입채용 규모는 2022년 상반기 1000명으로 1년 새 두 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460명으로 다시 절반가량 쪼그라들었다.

주요 은행들은 비대면 영업 확대에 따른 점포 축소 등 경영 효율화 지침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채용 규모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출장소 포함)는 2818개로 4년 전인 2019년 말(2117개)과 비교해 20.1%(701개)가량 줄었다. 매년 150개 이상의 영업점이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입직원을 채용할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향후 수십 년간 연봉 이상의 비용 지출이 늘어나는 것과 같다”면서 “특히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IT 인력을 위주로 한 수시 채용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어, 반기별 공개채용과 같은 신입 채용 규모를 이전과 같이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ELS 배상’이 걸림돌…당국은 비용 감축에 제동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앞에서 열린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에서 원금 전액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연합]

이같은 추세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신 부문에서는 가계대출 확대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여기다 투자상품 판매가 위축에 따른 수수료이익 감소 등 실적 악화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주요 은행들을 중심으로 홍콩 ELS 자율 배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비용을 메꾸기 위한 은행권의 ‘실적방어’ 전략 추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치는 4조633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조9696억원)과 비교해 6.8%(3363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의 경우 기업대출 부문의 성장세가 지속되며 수익을 일부 방어할 수 있지만, ELS 사태로 인한 비이자이익 감소세가 실적 하락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해당 수치에는 홍콩 ELS 사태에 따른 배상액 지출이 반영되지 않았다. 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홍콩ELS 자율배상안을 확정하고 있는 데, 이 경우 은행들은 배상 관련 손실을 충당금 형태로 적립한다. 실적 하락이 불가피한 이유 중 하나다.

심지어 은행들이 경영 효율화의 주된 방안으로 삼고 있는 희망퇴직, 지점 축소 등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채용을 포함한 여타 부문에서의 비용 감축이 시급해졌다는 게 은행 측의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상액이 일회성 비용이라고 해도, 대규모 실적 하락이 자본적정성 및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올해는 리스크 및 비용 관리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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