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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론] ‘서울 지하철’ 점검의 과학화는 현재진행형

한겨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거나 폭설이 내리는 날이면 늘 긴장하게 된다. 혹여 시설물에 문제가 생겨 지하철 운행에 지장이 가지 않을까 해서다. 개통 후 지난 50년간 서울 지하철에서 근무한 모든 직원이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같았지만, 이를 실현할 도구는 시대를 거치며 진화를 거듭해 왔다.

과거에는 전동차 운행이 중단되는 심야시간대뿐만 아니라 지하철 운행 중에도 직원이 점검을 위해 선로를 순회했다. 전동차가 통과하지 않는 2~3분마다 한 번씩 질주하는 전동차를 피해 플래시 불빛과 육안에 전적으로 의존해 표면균열, 누수 등 터널 구조물에 대한 안전점검이 이뤄졌다.

특히 전동차 운행이 급증하는 출퇴근시간대는 직원들이 곡예 하듯 선로 사이를 넘나들어야 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순찰 도중 전동차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드물게 있었다. 1993년 선로 위를 달리며 초음파를 이용해 선로 상태를 자동 점검하는 탐상차 도입을 시작으로, 궤도검측차 등 첨단기계 장비가 도입되면서 일대 전환을 맞게 된다. 인력에 의존한 점검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전성과 함께 작업의 정밀도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 지하철에서 점검의 과학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부터 우리 공사는 고소차와 인력접근이 곤란하여 사각지대로 꼽히는 고가·교량 5개 시설물에 대해 드론을 이용한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노후화된 시설물은 잦은 고장을 야기할 수 있고 시민의 안전 의식 또한 과거에 비할 바 없이 높아졌다. 지하철 운영에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인프라에 대한 과학적 유지관리를 위해 드론 관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전차선·레일·터널·교량 등 점검대상 시설물의 위치정보를 3D 모델링하여 시설물의 위도·경도·높이와 같은 정보를 생성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관제에서 원격으로 드론 점검을 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드론 점검체계 고도화를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1호선 터널과 2호선 고가구간에서 기술 실증을 벌일 예정이다. 그간 터널, 교량 등 근접 접근이 어려워 점검이 정밀하지 못했던 문제를 개선하는데 상당히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점검의 과학화를 얘기하자면 IoT 기반 자동 살수 장치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여름철 높은 기온으로 레일 휨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자칫하면 탈선과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수시로 레일의 온도를 측정하고 살수 작업이 이뤄져야 했다. 열차운행 중에 직원이 직접 선로에 들어가 작업하던 것을 이제는 IoT 기술이 적용된 자동 살수 장치가 이를 대신하여 레일 온도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온도변화에 따른 레일 변위를 예측하여 살수가 되도록 작동하고 있다. 선로 유지관리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은 물론 선로 교체 등 유지 보수 비용이 절감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열차의 선로를 변경하기 위한 장치인 선로전환기의 점검업무도 IoT 기술 접목으로 선제적 점검이 가능해졌다. 돌이켜보면 서울 지하철의 기술 진보는 늘 시민을 향해 있었다. 시설물의 유지관리 기술을 고도화하여 시민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 끊임없는 기술 혁신은 100년 지하철로 나아가는 든든한 날개가 되리라 믿는다.

김성렬 서울교통공사 기술본부장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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