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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학원보다 학교가 편해요”… 영어부터 독서까지 교실에서
대구 삼영초 늘봄학교 가보니
초1 학생들 “학원보다 편해요”
학부모는 “사교육비 절감” 호응
영어부터 독서 교육까지 무료 제공
늘봄 2학기 전면 도입…지자체 협력 도모
오석환 차관 “우리나라 모두 힘 합쳐야”

지난달 26일 대구광역시 북구 삼영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1·2학년 아이들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인 색칠 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학교가 더 편해요. 학원엔 쉬는 시간이 없는데 학교엔 있고, 만화책도 보고 간식도 먹어요.” 지난 3월 26일 오후 1시께 대구 북구 삼영초등학교의 늘봄 교실에서 색칠 놀이를 하고 있던 1학년 최지우 군이 이렇게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에 돌봄교실에서 제공하다 올해 늘봄교실로 전환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최 군 외에도 이날 교실엔 서로 다른 학급에서 모인 1~2학년 학생 15여명이 모였다.

이날 삼영초에선 색칠 놀이 외에도 각 교실별로 오후 3시까지 영어 말하기와 책 읽기 수업 등 초등학교 1학년 맞춤형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옥정 삼영초 교장은 “아이들 발달 단계와 학교 특화 프로그램 등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총 94명인 삼영초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중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은 총 81명. 탈락자나 대기자 없이 모든 학생에게 돌봄을 제공한다는 취지에 따라 희망한 학생은 모두 참여하게 됐다.

삼영초등학교 1학년 최지우 군이 색칠 놀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삼영초가 위치한 북구 사수동 일대는 번화가 없이 아파트 단지들과 줄넘기, 태권도 등 초등학생 대상 학원들이 밀집해 있다.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하교 시간 이후 주로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왔다. 학부모 이주희 씨는 “전업주부이자 학부모로서 유치원 다닐 때보다 아이들이 1학년이 되고 나서 하교 시간이 빨라져 학원을 많이 보내게 됐다. 제 자녀들이 여러명이어서 사교육비 부담이 컸었다”고 했다. 이날 점심 시간 직후에도 삼영초 정문 앞엔 학생들을 데리러 온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삼영초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절감’을 늘봄학교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초등학교 2학년,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이경주 씨는 “비용 절감이 체감상 가장 크게 느껴진다.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늘봄학교는 기존에 인원이 제한됐던 돌봄교실과 달리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해, 비용 절약을 체감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이주희 씨는 “3학년 아이가 1학년 때부터 돌봄 교실 신청을 했는데 탈락을 했었다. 방과 후 프로그램도 거의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 1학년 학생은 늘봄이 생겨서 많은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삼영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영어 말하기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삼영초 학생들은 매일 2시간씩, 오후 3시까지 진행되는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영어, 음악, 보드게임, 공예 수업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중 이날은 영어와 독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삼영초는 국제 바칼로레아(IB) 월드스쿨 공식 인증 학교로 이에 맞춰 영어 프로그램을 별도 편성했다.

“하우 메니 카우즈 인 히어(How many cows in here)?” 이날 수업을 진행한 영어 강사가 이렇게 묻자 아이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한 학생이 “쓰리(three)”라고 대답하자 강사는 “베리 굿(very good)”이라며 칭찬 스티커를 줬다. 수업에 참여한 초등학교 1학년 박지연 양은 “공부도 하지만 여러 게임도 해서 재미있다”며 “(다른 반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잘 통하고 잘 맞아서 재미있다”고 했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끝난 뒤로도 원하는 학생은 방과 후 프로그램을 이용해 최장 오후 6시까지 학교에 머물 수 있다. 삼영초는 현재 방과 후 프로그램 49개 강좌를 이용해 1002명이 참여하고 있다. 운영 프로그램은 영어, 드럼, 과학실험, 한자, 줄넘기 등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수업은 영어로, 총 11개 강좌에 2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후 진행된 책 읽기 수업에는 오석환 교육부 차관과 강은희 대구시교육청교육감이 참석했다. 오 차관은 강 교육감과 함께 학생들과 동화 ‘친구의 전설’을 함께 읽고 결말을 맞추는 등 직접 수업을 진행했다.

오 차관은 이후 강 교육감, 김태훈 대구시교육청 부교육감 및 삼영초 늘봄학교 관계자,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늘봄학교는 교육청 단위를 넘어서 우리나라 모두가 힘을 합치는 정책이 됐다”며 “늘봄학교가 빠르게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현장과 소통하고 어려운 지점은 신속하게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영초등학교에서 강은희 대구시교육청 교육감과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독서 수업에 일일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다만 늘봄학교에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일선 학교들에선 공간과 인력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늘봄학교 시범운영을 시작한 전국 학교들에선 늘봄교실을 운영할 공간 마련 및 기간제 교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공간 마련 문제가 언급됐다. 특히 학급수가 49개 이상인 ‘과대 학교’들의 경우 여유 공간이 부족하다. 교육부는 학교 주변에 위치한 지자체 시설을 늘봄 교실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 차관은 ”지자체가 기여할 수 있도록 국가 정책적 협업을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교실을 늘봄 프로그램 겸용 교실로 쓰며 교사들이 부담을 겪는 것과 관련해선 “연구실 확충으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강 교육감 역시 “전교생이 800명 이상 학교는 공간의 여유가 없는 것이 보편적”이라며 “저희 역시 학교 주변의 여러 기관들을 탐색하면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답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600명 미만 규모 학교들은 학교 공간을 충분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교 인근 도서관을 학생들의 독서 프로그램 공간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현재 추진 중이다.

삼영초등학교 학생들이 남긴 늘봄학교 관련 후기.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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