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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은 냉장고 컬러도 고급” 비결은 석유화학 기업이었다
LG화학 ABS컬러 디자인팀 인터뷰
‘엔지니어+디자이너’가 엔자이너役
고객 희망색 맞는 물질 완벽 파악
1000여곳 고객 연2.5만 컬러 개발
“컬러 디자인 호평, 해외 협업 확장”
LG화학 ABS 컬러 디자인팀의 박재만(왼쪽부터) 책임(팀장)과 박종진 책임, 이수진 책임이 경기도 오산 LG화학 CS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ABS(고부가합성수지) 컬러 디자이너는 ‘엔자이너(엔지니어+디자이너)’ 특성을 갖고 있다. ABS 플라스틱에 고객이 원하는 색깔을 적용함과 동시에 ABS를 구성하는 화학 물질을 완벽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파이프가 얽힌 공장과 복잡한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화학 제품. 화학 전공자가 아닌 경우 석유화학 기업은 딱딱한 이미지일 수 있다. 그런데 화려한 디자인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석유화학 회사에 색깔을 연구하는 직군이 있으니 바로 ‘ABS 컬러 디자이너’이다.

ABS 컬러 디자이너는 ABS에 고객이 원하는 색깔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새로운 컬러를 제안한다. 가전, 자동차 등 대중이 쉽게 접하는 제품 외관에 ABS가 많이 사용되는 만큼 ABS 컬러는 제품 첫인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ABS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화학은 1987년 국내 최초로 ABS 컬러 다지인팀을 만들었다. LG화학에는 현재 10명 미만의 ABS 컬러 디자이너들이 활동하고 있다.

ABS 컬러 디자인 분야에서 약 20년의 경력을 지닌 박종진 LG화학 책임은 최근 경기도 오산 LG화학 CS캠퍼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LG화학에서 활동하는 ABS 컬러 디자이너 모두 디자인 관련 전공을 나왔다”며 “ABS를 다루기 위해서는 대학 때 배우지 못했던 화학 정보를 알아야 하는 만큼 초기에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LG화학 ABS 컬러 디자인팀이 구현한 다양한 고부가합성수지(ABS) 컬러 [LG화학 제공]

ABS에 색깔을 입히는 작업은 고난도다. ABS 특성에 따라 색깔을 구현하는 재료들의 조합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ABS 컬러 디자이너인 이수진 LG화학 책임은 “야외에서 사용되는 ABS의 경우 바깥 환경에서도 잘 견딜 수 있는 컬러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며 “ABS 특성에 따라 쓸 수 있는 재료가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종진 책임은 “ABS에 색깔 재료가 투입될 때 ABS 내구성이 약해질 수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색깔을 개발함과 동시에 제품 특성을 유지하는 최적의 조합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 고객사들은 구현하기 힘든 색깔을 요구할 때가 있다”며 “디자인팀에서 새로운 색깔을 제안하는 등 최적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객사와 수십번 통화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개발하기 힘들었던 색깔로는 ‘메탈릭 컬러(금속표면과 같은 재질감을 갖는 색채)’를 꼽았다. 메탈릭 컬러는 냉장고, 정수기, 청소기,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 책임은 “빛을 반사해 빛나는 금속과 유사한 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알루미늄 재료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고온의 열을 통해 ABS에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알루미늄의 반짝임이 줄어드는 문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ABS 컬러 디자인팀은 다양한 재료를 구해 적용함과 동시에 새로운 공정을 도입했다.

지속적인 연구와 고객들의 꾸준한 문의 결과 LG화학 ABS 컬러 디자인팀은 1년에 2만5000개 이상의 컬러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협업한 고객사만 1000곳이 넘는다. 박종진 책임은 “다른 회사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색깔을 ABS에 구현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생산라인 엔지니어한테 자문해야 한다”며 “LG화학 ABS 컬러 디자이너들은 CS센터에 있는 파일럿 설비를 통해 실험할 수 있는 만큼 현장 기술자들한테 문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 현장에 물어볼 필요가 없는 만큼 (컬러 개발 과정에서) 시간이 단축된다”며 “디자이너들이 색깔 구현 여부를 직접 판단할 수 있어 고객사들에 자세한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화학 ABS 컬러 디자인팀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규 고객을 지속해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LG화학 전북 익산공장에 있었던 조직이 2020년 오산으로 옮긴 이유도 수도권에 밀집된 기업들과의 소통을 활발히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 책임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한동안 국내 고객과의 협업에 집중된 적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해외 고객과의 소통을 더욱 활발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만 LG화학 책임(팀장)은 “최근 중국 유명 가전업체 디자이너들과 미팅을 가졌다”며 “LG화학 ABS 컬러 디자인의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 앞으로 지속해서 협업관계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오산=한영대 기자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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