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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장·암대학원장까지 “교수 사직 땐 병원 마비…의정 모두 양보하라”
의료공백 한달 넘겨 피해 속출
의료계 내부서도 호소 잇따라
경희대병원장 “의정 양보, 결단하라”
암센터도 수술 미루고 건수 줄여
“20년 만에 당직 서…이제 한계”
전공의에 이어 전국 의대 교수들도 오는 25일로 집단사직을 요구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병원 정상 운영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입니다. 교수 사직까지 이뤄지면, 정말 병원이 마비될 겁니다. 정부도 의료계도 양보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오주형 경희대병원장)

“전공의가 없어 20년 만에 저도 당직을 섰습니다.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면, 정부도 한 발 물러서야 합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장)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가 악화일로다. 정부는 증원 절차를 마무리해 대학별 배정 결과 발표만을 남겨뒀고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에는 면허 정지 통보를 내렸다. 의료계는 전공의에 이어 교수 집단사직까지 예고했다. 의료공백 장기화로 환자 피해가 속출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선 양자 간 타협을 촉구하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한계 몰린 대학병원장 호소 “의정 모두 양보, 결단하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연합]

1300여명에 달하는 전공의 이탈은 환자 피해뿐 아니라 주요 병원 매출 감소 타격으로까지 이어졌다. 오 병원장은 “전공의 복귀 없이는 병원 정상 운영이 한계에 이르러, 경영 손실도 막대하다”며 “진료 체제를 유지하기를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전공의 복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의료계와 정부 양자 간 양보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환자들이 중소형 규모 병원으로 몰리며 대형병원들은 많게는 하루 1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늘렸다. 부산대병원은 이달 들어 비상경영체제 3단계 중 2단계에 돌입하고 500억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로 했다.

그간 전공의 빈 자리를 채우던 의대 교수들마저 오는 25일로 집단 사직을 예고하며 병원 우려는 더욱 커진 상태다. 오 병원장은 “교수들의 사직까지 이뤄지면 정말 병원이 마비될 것”이라며 “그렇게까지는 안 할 것이라고 믿지만, 의정 모두 양보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20년 만 당직 선 암대학원장 “수술 건수 줄여…이대론 안 돼”
서울 시내 한 대학 병원. [연합]

의료공백 위기는 암 환자 등 중증 환자를 다루는 병원에서 더욱 피부에 와닿는 문제다. 보건복지부 산하 암 치료센터인 국립암센터에서마저 전공의 이탈이 발생하면서다. 명 원장은 “현재 전공의 극소수만 출근하고 있는 상태로, 교수들이 당직을 돌아가며 서면서 전공의 일을 대신하고 있다”며 “수술 건수도 줄인 상황인데, 이대로는 안 된다. 수술과 진료를 받아야 할 분들이 계속해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명 원장 역시 정부와 의료계 간 타협을 촉구하면서, ‘수가’ 조정 문제를 언급했다. 명 원장은 “의사들이 수가가 낮은 과에 안 가려고 하다보니 기피과가 생긴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어느 정도 증원이 불가피하다면 제도적인 차원에서부터 해결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인 의료 영역보다 공공 의료 영역 증원은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수가 등 보상체계 개편에 대해선 여지를 열어뒀다. 수가란 건강보험 재정이 병의원 등에 지불하는 의료행위 대가를 이른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의료행위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 분야에 수가 외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등 구상을 발표한 상태다. 다만 의료계가 의대 증원 없는 수가 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선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건강보험료가 3~4배 이상 올라갈 것”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환자 지키겠다” 의료계 단체들도 잇단 성명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간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오는 22일까지 회장 투표를 진행한다. [연합]

이밖에 다른 의료계 단체들도 의료계 강경 대응을 지적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뇌혈관 전문의 학회인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와 대한뇌혈관외과학회는 지난 15일 성명에서 “지금의 갑작스러운 전공의 사직에 의한 의료 공백은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사태”라며 “의료계도 한발 물러서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들의 주장이 아무리 미래의 국민 건강을 위해서이다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의 문제는 현실”이라고 했다.

정부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최근 성명에서 “(정부는) 일방적인 강요를 멈추고 전문 학계와 의료계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 대화에 나서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한편 전국 의대가 3401명 규모로 정부에 증원을 신청한 가운데 정부는 이날 오후 대학별 최종 배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역 의료 공백 해소라는 당초 취지에 따라 비수도권 의대에 80%(1600명)이 집중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김강현 의협 대변인은 “이는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마지막 다리마저 끊는 행위”이라며 강경 대치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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