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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년 뉴스 진행한 아나운서에 ‘계약 종료’ 통보한 방송사…법원 “부당해고”
서울행정법원[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9년간 뉴스를 진행한 아나운서와 뒤늦게 계약서를 작성한 뒤 계약 기간 종료를 통보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최근 방송사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아나운서 B씨가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직)로, 뒤늦게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해도 이를 이유로 방송사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씨는 2012년부터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A사의 저녁 뉴스프로그램을 진행했다. B씨는 A사와 별다른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나 2020년부터 2021년까지 3차례에 걸쳐 계약서를 쓰고 출연계약을 맺었다. A사는 2021년 기간 만료를 이유로 B씨와 출연계약을 종료했다.

B씨는 출연계약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방노동위는 B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A사는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 또한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A사는 중앙노동위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B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사는 B씨의 업무를 지휘·감독하지 않았고 B씨는 자유롭게 겸직하며 다른 회사로부터 소득을 얻었다는 것이다. B씨를 근로자로 인정한다 해도 2020년부터 계약서를 작성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가 됐기 때문에 계약 종료는 정당하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사의 계약 종료는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B씨가 수행한 업무의 성격이나 업무 수행 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B씨가 A사에 고용된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송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B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업무 수행 지휘·감독 ▷업무 내용 결정 ▷근무 시간·장소 지정 ▷근로 제공 계속성·전속성 ▷보수의 근로대상적 성격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방송사의 (업무) 개입·관여 정도가 일상적이고 지속적”이라며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매월 10일을 전후해 뉴스 방송 횟수에 (일정 금액을) 곱한 금액을 보수로 일률적으로 지급받아 매월 고정된 보수를 지급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사실상 A사가 B씨의 업무를 지휘·감독했으며 오랜 기간 월급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재판부는 B씨가 2012년 첫 채용 이후 2년이 지난 2014년부터 A사의 무기계약직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2020년 맺은 출연계약으로 B씨가 무기계약직에서 기한의 정함이 있는 계약직(유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B씨가 무기계약직이라는 점이 인정된 이상 2020년 체결한 채용계약서는 효력이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제4조 제2항을 강조했다.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근로를 제공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강행규정으로 근로계약 당사자가 제4조 제2항을 배제하기로 하는 합의를 해도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B씨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하려는 의사에서 출연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할 수 없다”며 “근로조건은 출연계약서 작성을 전후해 모두 동일했다. (유기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지위를 감수할 보상이나 혜택이 주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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