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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의 여왕' 클리셰 있지만 창의적인 작품인 이유[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얼핏 보면 새로운 스타일의 드라마 같지는 않다. 이 드라마를 쓰고 있는 박지은 작가는 자신의 출세작인 ‘별에서 온 그대’(2013년)의 로맨틱 코미디 형식을 조금은 가져온 것 같다. 김은숙 작가가 즐겨쓰는 판타지 트렌디물의 모습도 보인다. 그렇다고 ‘눈물의 여왕’을 뻔하고 진부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눈물의 여왕’은 신데렐라 드라마의 남자 버전이다. 용두리 이장집 아들 백현우(김수현)이 변호사가 되어 퀸즈 그룹 재벌 3세인 홍해인(김지원)과 결혼하는 ‘남데렐라’ 이야기다. 여느 남드렐라 로맨스 드라마는 개천용인 김수현이 백마 탄 여자를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지점에서 끝나게 된다.

하지만 ‘눈물의 여왕‘은 결혼생활부터 시작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3년차 부부가 이혼 위기를 맞으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불행의 시월드가 아닌 위기의 처월드다.

사위 백현우(김수현)가 처가 제사를 일년에 15번이나 챙기고 있고, 아내 홍애인의 동생 홍수철(곽동연)은 제사 때에도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뭔가 기존 드라마에서 익숙해진 그림의 성역할 바꾸기다. 김수현은 '유퀴즈'에 나와 "전지현 누나가 '별그대'의 천송이를 연기할때 했던 코믹연기 중 제가 소화해야 하는 부분이 많이 섞여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로코의 클리셰가 많이 보인다. ‘클리셰의 여왕’이다. 홍해인과 백현우 사이에 월가 애널리스트 출신의 상류층 남자 윤은성(박성훈)를 등장시키는 구도도 로코의 정석에 나올 정도로 익숙하다.

하지만 클리셰에서 진심을 뽑아내는 창의성이 엿보인다. 이건 대중예술가로서 큰 강점이다. 별로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에피소드나 상황을 소재로 해서 자연스럽게 진심이나 감동을 제공하는 스토리텔링과 연출법이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코미디를 이어가면서도,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하고, 페이소스까지 제공하기도 한다.

외국드라마 중에는 한국 로코의 클리셰만 모아놓은 것도 있다. 술에 취한 떡실신 여성을 남자가 업는다는 등 한국 로코에 반드시 있는 것들을 모아놓은 것만으로도 재미있는데 ‘눈물의 여왕’은 클리셰들을 가지고 와 뒤집는 방식이 가히 예술이다.

평론가 정덕현은 “뻔한 코미디를 뒤틀어 강도를 높이는 것은 박지은 작가의 큰 장기다. 그런 방식에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김수현은 귀엽게 망가질 수 있는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37세인 김수현의 연기는 여유가 생기고, 약간 능글능글한 연기도 소화해내면서 훨씬 더 재미있어졌다. 반면 김지원은 도도한 냉미녀인 퀸즈백화점 사장 ‘홍해인’ 역을 잘 수행하고 있다.

백현우를 맡은 김수현은 처남 회사에 차출은 기본이고, 아내 집 조상 제사상을 차리고, 사고를 쳐 교도소에 있던 집안 고모 면회에 치실을 숨겨서 들어가는 등 처가살이에 지쳐버린 상황이다. 게다가 그걸 뻔히 알면서도 제 편이 되어주지 않는 아내 홍해인(김지원)의 무심함에 지쳐 이혼을 꿈꾸게 된 백현우의 변화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한 홍해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백현우의 모습이 설렘을 자극하고 있다. 아내를 위한 결혼기념일 꽃을 선물하고 파티 현장에 예고도 없이 깜짝 등장하며 홍해인의 얼었던 마음을 녹이는 것은 물론 보는 이들까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김수현의 연기는 쉬워보여도 그렇지 않다.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속에서 속내를 살짝 보여줄 때가 있는데, 이때 잠깐 진지해지며 진심이 나올 때가 있다”면서 “부부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애정표현은 줄어들고 퉁명스럽게 말할 때도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그렇게 양쪽을 오가는 연기를 김수현이 잘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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