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모교인 휘문고등학교에서 4개월 전부터 감독을 맡고 있는 '농구 전설' 현주엽(49) 감독이 근무 태만 및 특혜 등 논란에 휘말렸다.
13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익명의 휘문고 농구부 학생 및 학부모가 현 감독 관련 탄원서를 냈다.
탄원서에는 △고등학교 농구부의 파행운영 △현 감독에 대한 겸직 특혜 △현 감독의 갑질·학생차별·따돌림·언어폭력 △채용 과정에서의 부적절성 등의 문제가 현 감독 부임 이후 나타났다는 주장이 담겼다.
현 감독이 방송이나 유튜브 촬영 때문에 훈련과 연습에 자주 불참했고 아예 훈련과 연습 경기를 거른 적도 있다는 주장이다. 현 감독은 방송을 통해 대단한 식성을 자랑하며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먹보스 쭈엽이'는 구독자 수가 76만 명이 넘는다.
실제로 지난 1월 11일 서울의 한 고교와 휘문고의 연습경기에 현 감독은 케이블 채널 방송에서 음식 관련 촬영 일정으로 불참했다고 전해졌다. 또 2월 8일에는 연습경기 도중 한 학생이 다쳤는데, 당시에도 부재 중이어서 대처가 늦어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 감독은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농구부를 맡아줄 보조 코치로 자신의 고교 선배를 선임했는데, 해당 코치가 과거 휘문고 농구부 면접에서 탈락한 이른바 '부적격자'라는 주장도 나왔다.
현 감독 본인은 물론 현 감독 자녀들까지도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통 고교 농구부 감독은 지도자 업무만 전임으로 맡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현 감독의 경우 방송·유튜브 등 외부 일정을 제한 없이 수행하는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현 감독 선임 당일 학교 관계자가 "채용되면 학교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탄원서에 나타난 주장이다.
게다가 현 감독이 자신의 아들 2명이 소속된 휘문중학교 농구부 지도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국대회 우승 및 준우승을 이끌어 평가가 좋은 감독을 해임시키는 데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 현 감독 자녀들이 훈련 관련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학부모들은 현 감독의 이런 행동들에 대해 학교와 재단도 방조하며 사실상 일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선 상태다.
현 감독은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현 감독은 한국일보에 "방송 활동을 늘리지도 않았고 촬영도 일과 시간 이후나 주말을 이용해 한 것이며, (내가 선임한) 코치가 면접에서 왜 떨어졌는지를 듣지는 못했다. 같이 운동을 했는데 능력이 있는 분이라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휘문중 농구부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제가 보호자 차원에서 조사에 배석을 했고, 그 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면서 "그 이후 조사부터는 학생들이 불편할 수 있어서 배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자녀가 훈련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는 "주말, 일요일, 주중 야간 등 자율훈련을 할 때 중학교, 고등학교 막론하고 그냥 다 봐준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