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현경 마지막 길…이순재 “나도 곧 갈 테니 우리 다시 만나세”
배우 오현경 영정사진[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을 불사르고 지난 1일 세상을 등진 배우 오현경의 영결식이 5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엄수된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연극인 100여명이 참석했다.

동료 연극인들은 고인의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회고하며 그를 추모했다.

추모사를 낭독한 손정우 대한연극협회 회장은 "선생님은 암투병 중에서도 연기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 스스로를 채찍질하셨다"며 "대사 한 줄이라도 틀리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시며 연극인의 자세를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배우 오현경 영결식…이순재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배우 이순재가 묵념하고 있다. [연합]

고인과 실험극장 창립동인으로 활동했던 배우 이순재는 "실험극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우리는 국어사전을 펴놓고 화술을 공부할 정도로 화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기억을 돌이켰다.

이어 "TBC 시작할 당시 함께했던 남자배우들이 저와 고인을 포함해 6명 있다. 그 중 이낙훈, 김동훈, 김성옥, 김순철 다 자네 기다리고 있다"라며 "나도 곧 갈 테니 우리 가서 다 같이 한번 만나세"라고 말했다.

배우 정동환은 "열심히 준비한 연극을 감상하신 선생님이 대사가 하나도 안 들린다 하셨을 때 그렇게도 야속하고 절망적이었다"며 "그 야속함과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저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선생님 만난 반백년 행복하고 감사했다.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딸인 배우 오지혜는 "지난해 머리 수술을 받으시고 인지능력을 테스트하는데 직업이 뭐냐고 물으니 아주 힘있게 배우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며 "아버지는 연기를 종교처럼 품고 한길을 걸어오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故 오현경 마지막 길…이순재 “나도 곧 갈 테니 우리 다시 만나세”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 배우 이순재(왼쪽)와 전무송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

오현경은 지난 1일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1954년 서울고등학교 재학 중 연극반 활동으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극단 실험극장 창립동인으로 활동하며 '휘가로의 결혼', '맹진사댁 경사', '동천홍', '허생전' 등 많은 대표작을 남겼다.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1960년대 TV 드라마 시대도 열었다. 특히 KBS 드라마 'TV 손자병법'에서는 만년 과장 이장수를 연기해 대중들의 기억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배우 오현경 영결식…이순재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배우 정만식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

식도암, 위암 등을 겪으며 잠시 연기 활동을 중단했지만 2차례의 암 수술을 이겨내고 2008년 연극 무대로 복귀해 '주인공', '봄날' 등의 작품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이루기도 했다.

고인은 지난해 8월 뇌출혈로 쓰러져 요양원에 입원하기 직전까지 연극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5월에는 연세극예술연구회가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함께 올린 합동 공연 ‘한 여름밤의 꿈’에 출연했다. 결국 이 작품이 고인의 유작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