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 |
[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71)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 축구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따끔한 충고를 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의 HW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 시상자로 나섰다.
이날 시상식에서 차 전 감독은 “오늘은 1년 중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 전 감독은 “하지만 오늘 저는 축구선수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조금은 무거운 주제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바로 얼마 전 있었던 아시안컵 경기 중 일어난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의 다툼에 관한 일”이라고 말문을 텄다.
차 전 감독은 “요즘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외국 생활의 어려움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보다는 학원에 맡겨도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럽고 무책임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선후배나 어른과 아이 같은 구분없이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동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어린 선수들은 자신이 경험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닮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축구는 동서양 문화 차이와 함께 세대 간의 격차까지 더해진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 전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현역 은퇴 후에도 유럽의 축구인들과 꾸준히 교류해왔기 때문에 서양 문화에 굉장히 익숙하다. 하지만 차 전 감독은 동양적 가치관을 중시한다.
차 전 감독은 "어린 세대들은 동양에서 강조하는 겸손과 희생이 촌스럽고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인간관계가 한국인들이 (고유의 문화에서) 물려받은 무기이자 자산이다. 유럽에서 성공한 나와 박지성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차 전 감독은 과거 일화를 하나 공개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차두리 전 A대표팀 코치가 독일 빌레펠트에 프로에 데뷔한 날 경기장을 방문한 오토 레하겔 감독은 차 전 코치에게 "어떤 경우에도 문을 꽝 닫고 나가면 안 된다"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 안 된다는 조언을 했다.
차 전 감독은 "레하겔 감독은 독일에서도 역량 있는 지도자로 2004년 그리스를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유로) 정상에 오른 감독이다. 이런 지도자도 (차)두리에게 축구를 잘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인성적인 부분에 대해 조언을 건넸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더불어 차 전 감독은 어린 선수들 옆의 부모와 지도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차 전 감독은 "어린 아이들이 (겸손과 희생이라는) 소중한 무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들이 실수로 버린다면 옆에 있는 어른들이 주워서 다시 아이의 손에 쥐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컵 이후 이강인이 세상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강인의 부모님과 내가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할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손흥민이 주장이어서 다행"이라며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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