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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은 공공의 적, 예전엔 기업의 발? 정부·경제단체 ‘알리 딜레마’ [언박싱]
부산테크노파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중소상공인들 알리바바닷컴 입점 지원
“통상문제 얽혀 무작정 규제 쉽지 않아”
[123RF]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정부가 중국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는 가운데 정부와 경제단체가 알리 등 중국 플랫폼을 국내 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 활로로 활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보호와 기업 지원이라는 두 현안 사이에서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규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대구상공회의소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알리바바닷컴 활용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상의는 매년 10여 개의 입점기업을 선정해 입점 컨설팅과 등록 대행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닷컴 스토어에 입점하면 수수료도 지원한다. 올해는 지역의 13개 기업이 대구상의의 지원을 받는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알리바바닷컴 입점 지원은 아마존과 함께 대구상의가 ‘K-글로벌 경쟁력 향상 지원 사업’ 중 하나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닷컴은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B2B(기업간 거래) 플랫폼이다. 최근 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B2C(기업 소비자간 거래) 사이트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중국 이커머스 채널이라는 점은 공통점이다. 국내 기업의 유통 활로 개척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국내가 아닌 중국 플랫폼을 활용했다는 것이 논란의 출발점이다.

지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알리를 활용한 사례는 부산에서도 있었다. 부산시 출연기관인 부산테크노파크는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지역 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알리바바닷컴 입점 지원 사업을 했다. 부산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제품 홍보나 해외 판로 개척에 알리바바가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알리바바닷컴을 검색하면 밥솥, 화장품 등 국내 사업자의 제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알리에서 한국 상품관 개설 사업을 진행했다. 알리가 운영하는 도매사이트인 ‘1688닷컴’에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온라인 B2B 수출거래성사에 필요한 실질적인 서비스 및 마케팅을 지원해 수출 초보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출 성과 제고’를 사업의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유통·제조업계를 위협하는 가운데 규제에 앞서 지역 기업과 접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 경제단체가 적절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수출시장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규제로 일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국내 기업이 알리가 가진 플랫폼으로 전 세계 150여 개국으로 진출하는 기회가 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유통·제조업체를 향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거대한 위협을 무작정 규제로만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가 중소기업 판로 개척을 위해 알리 입점을 도운 것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면서 “그만큼 복잡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규제가 능사가 아닌 만큼 전반적인 국익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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