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증원 여력 충분” vs “총장 주도 추진” 의대 증원 둘러싼 대학들 ‘동상이몽’
내달 4일까지 대학들 의대 증원 신청해야
혼란 빠진 대학가…“총장이 일방 추진”
“의대학장들은 뭐 하냐” 대학별 내분도
동맹휴학 뜻을 밝힌 한림대 의대 한 교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박지영 기자] 내년도 의대 증원을 위한 작업이 시작되며 대학들 고심도 깊어졌다. 정부가 제시한 ‘의대 증원 2000명’ 기준은 지난해 각 의대들이 제출한 수요 등에 기반한 규모다. 그러나 각각의 사정을 보면 대거 증원을 원하는 곳이 있는 반면, 총장이 주도해 증원을 추진해 내부 갈등이 불거진 곳도 있다. 정부가 증원 총량엔 변함이 없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앞선 수요 조사와 실제 대학들의 교육 수용 능력 차가 클 것으로 예상돼 정원 배분까지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늦출 수 없다” 교육부 의대 증원 배분 절차 착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의과대학 운영대학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오는 3월 4일까지 전국 40개 의대에 의대 증원 신청 규모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연말 복지부가 진행한 의대 증원 수요조사에 이어, 2000명 증원 분을 대학별로 얼마나 나눌지 확정하기 위한 최종 조사다.

다만 대학들은 현재 의대생 60% 이상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휴학을 신청하는 등 혼란이 큰 상태다. 이에 전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신청 기한을 미뤄달라는 공문을 교육부에 보내기도 했지만 교육부는 ‘일정 조정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내년도 입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하는만큼 4월까지는 대학별 정원을 확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을 열고 “일정 변경 계획은 없다” “더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총장 주도로 추진했는데” 대학들 이제 와 ‘난감’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 26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

당장 일주일 뒤 증원 신청 규모를 결정해야 하는 의대들은 고민에 빠졌다. 앞선 조사 당시 대학들 사이에선 경쟁적으로 증원 수요를 크게 제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던 탓이다.

대학마다 많게는 ‘10배’까지 수요를 부풀린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작년 조사 때 대학 본부가 의대와 소통하지 않고 총장이 일방적으로 0을 하나 더 붙여서 수요를 제출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의대가 제출한 수요를 총장이 더 크게 늘린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의대 증원으로 신입생 유치를 더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일단 수요를 과장하고 봤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수요조사와 이번 최종 수요조사 결과 사이 큰 차이가 예상되면서, 실제 배분 규모를 조율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거점국립대학교수연합회(거국연)은 대학 측에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일부 대학의 책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에 잘못되고 과장된 정보를 제공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입장은 다르다. 대학별 교육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해 수요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수요조사를 대충 하지 않았다”며 “교수진과 시설 등을 고려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 게 최소 2000명”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 수요조사 때와 다른 수치를 대학이 제출할 경우 그 사유를 함께 명시하라고 할 계획이다.

대학들 엇갈린 의대 증원 이해관계…‘동상이몽’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에 들어간 광주 동구 전남대 의대 내부. [연합]

이렇듯 대학들 혼란이 크지만 의대들 사이 의견은 좀처럼 모이지 않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대학들 이해관계가 다른 탓이다.

실제로 대학들 사이에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25일 성균관대 의대 교수 절반 이상(54.7%)가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연세대 의대 교수평의회는 지난 24일 “의대 증원 정책은 함량 미달 의사를 양산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반대 성명을 냈다.

이와 관련 한 대학 관계자는 “모집 정원이 이미 100명인 대학의 경우 입학 정원을 늘리기에 한계가 있고, 대학 병원을 이미 가지고 있는 대학들은 더 늘리고 싶어할 것”이라며 “결국은 대학마다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로 흘러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의대학장들은 뭐 하냐” 내부 균열도…서울대 비대위 사퇴까지

대학별 의대 증원 논의는 내부 균열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각 대학 교수협의회는 의대 증원과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들 내부에선 정작 의대학장이 대응에 소극적이란 지적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애초 행정적 권한이 없는 교수협의회에서 대응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며 “입학정원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의대학장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근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정부와 의료계 간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가 전날 사퇴하면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정 교수는 최근 복지부 박민수 2차관과 만나 2시간가량 면담을 했지만 ‘갈등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합의를 보는 데 그쳤다. 정 교수는 “소임을 다 했다는 판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2기 비대위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했다.

klee@heraldcorp.com
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