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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학개미 ‘반도체’ 가장 많이 샀다
최다 순매수 10개중 절반 차지
1위는 장비기업 도쿄일렉트론
세계 반도체공급망 재편 수혜 기대
지난 22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행인이 증시 현황판을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 지수는 3만9134.43까지 올라가, 1989년 12월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3만8915.87엔을 34년 2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연합]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인 일본 증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가장 많이 사들인 일본 종목 10개 중 절반이 반도체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순매수한 일본 종목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도쿄일렉트론을 이달 들어 57억30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달 순매수액(4억4000만원)의 13배 수준으로 순매수 순위도 한 달 사이 26위에서 1위로 껑충 뛰었다.

2위와 3위는 카메라 기업 캐논과 로봇 기업인 화낙이 차지했으며 순매수액은 각각 30억5000만원, 23억9000만원 수준이었다. 4위와 5위에는 반도체 기업인 어드반테스트(18억5000만원)와 도와(18억1000만원)가 이름을 올렸다. 뒤이어 이토추상사, 레이져테크, 도쿄오카공업, 야스카와전기, 스노우피크 등 순으로 많이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담은 종목과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게임 기업인 넥슨으로 총 37억10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소시오넥스트, 코마츠, 더블유스코프, 스노우피크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반도체 기업은 2개 수준이었으며 이차전지,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업종이 포진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기록해 미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산재한 가운데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미중 갈등 속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어 일본이 투자 대안 국가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반도체 장비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본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 등에 일본 반도체 종목을 많이 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는 엔화 약세와 정부의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 노력 등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이어왔다. 작년 1년간 닛케이225지수는 28%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선 지난 22일까지 두 달도 안 돼 17%가 올랐다. 특히 최근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강세를 보이자 일본 반도체 기업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본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 열기가 더욱 뜨거워진 분위기다.

지난 22일 엔비디아가 작년 4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실적을 발표한 후 시간외거래에서 8% 이상 급등했다. 같은 날 일본 증시에서는 도쿄일렉트론(5.9%), 어드반테스트(7.5%), 도와(13.0%) 등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올랐다. 이에 힘입어 닛케이225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9000선을 돌파해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가 대만을 둘러싼 미국-동북아시아 간 지정학적 위험을 기회 삼아 일본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힌 점도 일본 반도체 종목의 투자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2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규슈에 짓는 제2공장에 6조5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자국 업체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와 미국 기업 웨스턴디지털(WD)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과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에도 2조1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도쿄일렉트론은 이달 들어 22일까지 31.3% 올랐으며, 어드반테스트와 도와는 각각 21.7%, 12.0% 상승해 같은 기간 닛케이225지수 상승률(7.7%)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 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TIGER 일본반도체FACTSET’ ETF를 61억40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ACE 일본반도체’ ETF도 각각 17억7000만원, 4억9000만원어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들 3개 ETF에 대한 순매수액 총합은 84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일본 반도체 종목의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높아진 가운데 실질 임금이 아직 하락세고 통화정책 정상화도 예고돼 있어 일부 낙관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하지만,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당국의 입장이 매우 신중해 엔화 강세로의 전환 속도가 점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 정부의 자국 기업 투자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가 지속된다면 일본 증시의 부활은 장기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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